트럼프 집권 시 ESG 약화?…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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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ESG 리포트
인권과 노동권은
미국 대외정책의 '전가의 보도'
트럼프 재집권 시
美 내부 인권·노동정책 약화 불구
무역전쟁에는 강력한 무기로 사용
현재 中과 무역전쟁에 집중됐지만
한국의 해외 공급망도 안심 못해
정치적 지형변화에 흔들리지 말고
장기적 관점서 ESG경영 추진해야
인권과 노동권은
미국 대외정책의 '전가의 보도'
트럼프 재집권 시
美 내부 인권·노동정책 약화 불구
무역전쟁에는 강력한 무기로 사용
현재 中과 무역전쟁에 집중됐지만
한국의 해외 공급망도 안심 못해
정치적 지형변화에 흔들리지 말고
장기적 관점서 ESG경영 추진해야
‘반인권과 반노동.’ 2017년 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 4년 정책을 요약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6월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서 탈퇴해 국제사회에서 인권 보호와 관련한 미국의 역할을 많이 축소했다. 이외에도 트럼프의 반인권 정책은 다양하다. 멕시코 불법 입국자의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는 무관용 정책을 시행했고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시작된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시위를 강경 진압했다. 그리고 성소수자 권리를 침해하는 여러 정책을 도입했다.
노동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노동조합 설립과 활동을 제한하는 여러 조치를 시작했고 연방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했으며, 작업장 및 화학물질 안전 관련 규제를 완화해 노동환경을 악화시켰다. 많은 사람이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인권과 노동 이슈의 중요성 또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럼에도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우리가 영향을 받는 것은 트럼프의 국내 정책이 아니라 무역을 포함한 그의 대외정책이다. 최근 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제조설비는 한국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미국 외 지역에 짓는다. 이 때문에 중점적으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인권과 노동권이 미국의 무역 정책에 어떻게 반영됐는가 하는 것이다.
인권과 노동권은 미국 대외정책의 ‘전가(傳家) 보도(寶刀)’와 같다. 미국이 취한 상당수 무역과 경제 제재 명분에는 인권, 노동문제가 포함된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상대국의 인권과 노동 이슈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제노동을 이유로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서 생산된 태양광 패널, 면화, 토마토 등의 수입을 금지했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대체 협정으로 체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서는 노동 및 인권 관련 조항을 이전 협정보다 강화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인권 및 노동권 수준이 낮은 멕시코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 의회는 민주당이 상원을, 공화당이 하원 다수석을 점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현재 의석만 지켜내도 부통령이 속해 있는 공화당이 상원 다수석을 차지하게 된다.
설사 공화당이 의회 다수석 확보에 실패한다 해도 민주당에서 인권 및 노동 관련 무역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에 반대할 가능성은 작다. 그리고 기존 법률로도 상당한 무역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적극 활용한 관세법 제307조는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도록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미국 내 인권 및 노동 관련 규제는 강해질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곧바로 해외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인권과 노동문제는 트럼프가 추진하는 무역 전쟁의 강력한 무기로 전방위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기업의 공급망을 문제 삼을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초당적으로 발의된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에는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소재가 사용됐는지에 대한 공급망 실사를 요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ESG가 약화될 것이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외 기업에 적용되는 인권과 노동에 관한 기준은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이미 경제 시스템의 주류로 편입된 ESG를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에도 귀 기울이며 단기적 정치 지형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ESG 경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6월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서 탈퇴해 국제사회에서 인권 보호와 관련한 미국의 역할을 많이 축소했다. 이외에도 트럼프의 반인권 정책은 다양하다. 멕시코 불법 입국자의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는 무관용 정책을 시행했고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시작된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시위를 강경 진압했다. 그리고 성소수자 권리를 침해하는 여러 정책을 도입했다.
노동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노동조합 설립과 활동을 제한하는 여러 조치를 시작했고 연방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했으며, 작업장 및 화학물질 안전 관련 규제를 완화해 노동환경을 악화시켰다. 많은 사람이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인권과 노동 이슈의 중요성 또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트럼프 1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미국 내 인권과 노동정책은 약화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가 여러 차례 반노조, 반이민 정책을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그럼에도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우리가 영향을 받는 것은 트럼프의 국내 정책이 아니라 무역을 포함한 그의 대외정책이다. 최근 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제조설비는 한국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미국 외 지역에 짓는다. 이 때문에 중점적으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인권과 노동권이 미국의 무역 정책에 어떻게 반영됐는가 하는 것이다.
인권과 노동권은 미국 대외정책의 ‘전가(傳家) 보도(寶刀)’와 같다. 미국이 취한 상당수 무역과 경제 제재 명분에는 인권, 노동문제가 포함된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상대국의 인권과 노동 이슈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제노동을 이유로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서 생산된 태양광 패널, 면화, 토마토 등의 수입을 금지했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대체 협정으로 체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서는 노동 및 인권 관련 조항을 이전 협정보다 강화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인권 및 노동권 수준이 낮은 멕시코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美 대선 결과 분수령
최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적 대립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극심해지는 대립 속에서도 두 정당의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바로 대(對)중국 견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대중국 견제가 기후변화 관련 이슈에 집중됐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활용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중국의 가장 취약한 분야인 인권과 노동문제다.현재 미국 의회는 민주당이 상원을, 공화당이 하원 다수석을 점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현재 의석만 지켜내도 부통령이 속해 있는 공화당이 상원 다수석을 차지하게 된다.
설사 공화당이 의회 다수석 확보에 실패한다 해도 민주당에서 인권 및 노동 관련 무역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에 반대할 가능성은 작다. 그리고 기존 법률로도 상당한 무역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적극 활용한 관세법 제307조는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도록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미국 내 인권 및 노동 관련 규제는 강해질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곧바로 해외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인권과 노동문제는 트럼프가 추진하는 무역 전쟁의 강력한 무기로 전방위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의 해외 공급망도 타깃
트럼프의 무역 전쟁은 중국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지만 반드시 그 화살이 중국으로만 향한다고 볼 수는 없다. 트럼프 1기 시절, 한국은 이미 한·미 FTA 개정을 경험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한국의 인권과 노동문제 개선을 요구하며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할 수 있다. 그 화살이 곧장 한국을 향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 기업이 보유한 동남아, 중남미 생산시설의 인권과 노동조건이 문제가 될 수 있다.그리고 우리 기업의 공급망을 문제 삼을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초당적으로 발의된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에는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소재가 사용됐는지에 대한 공급망 실사를 요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ESG가 약화될 것이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외 기업에 적용되는 인권과 노동에 관한 기준은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이미 경제 시스템의 주류로 편입된 ESG를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에도 귀 기울이며 단기적 정치 지형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ESG 경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