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요타 '인증 데이터 조작' 파문에도 실적 전망 굳건…왜? [양병훈의 해외주식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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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5개 중 4개, 매출 전망 되려 개선
문제의 車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 작고
정부가 리콜 명령 내릴 가능성도 낮아
현대차와 기아의 반사이익과도 무관
문제의 車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 작고
정부가 리콜 명령 내릴 가능성도 낮아
현대차와 기아의 반사이익과도 무관
해외 투자의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해외 증시에 대한 최근 이슈와 전문가 견해, 그리고 유용한 데이터를 찾아볼 수 있는 꿀팁을 전합니다.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완성차 업체 5곳이 최근 보행자·운전자 안전 인증을 받기 위해 자국 정부에 제출했던 데이터를 조작했던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이 사실이 처음 알려졌고 이후부터 11일까지 이들 기업의 주가는 최대 6.61%(마쓰다자동차) 떨어졌습니다. 최악의 경우 해당 모델에 대한 리콜 명령이 떨어질 수 있고, 과징금 또는 벌금을 받거나 향후 판매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그런데 이상합니다. 파장이 불거진 뒤 이들 기업의 실적 전망치는 오히려 개선된 곳이 많습니다. 금융정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도요타의 202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지난달 31일 46조4671억9800만엔에서 이달 10일 46조7162억27만엔으로 0.5% 상향 조정됐습니다. 이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도 이 기간 337.33엔에서 337.99엔으로 0.2% 올랐습니다. 다른 기업의 실적 전망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 곳이 많습니다. 2025회계연도 매출 컨센서스는 이 기간 마쓰다(+0.6%), 스즈키자동차(+0.3%), 혼다자동차(+0.2%)에서 개선됐습니다. 야마하모터의 전망치는 그대로였습니다. EPS 전망치 역시 스즈키가 1.2% 개선됐고, 야마하와 혼다는 그대로였습니다. 마쓰다의 EPS 전망치만 1.9% 떨어졌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사태가 주가에 미친 영향도 아주 크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거론된 기업 5곳 중 4곳의 주가가 사건이 불거진 뒤 떨어지기는 했지만, 적게 떨어진 야마하는 0.75% 하락하는 데 그쳤습니다. 스즈키는 이 기간 오히려 2.41% 올랐습니다. 도요타가 가속 페달 결함으로 대규모 리콜을 했던 2010년에는 주가가 최대 20% 정도 떨어졌는데 이번 분위기는 당시와 다릅니다. 왜 이번에는 해당 기업이 받는 타격이 작을까요. 증권가 전문가들에게 물었습니다. 이들의 설명은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이번에 문제가 된 차종이 현재 이들 기업의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다수는 이미 단종됐거든요. 둘째, 과거에 팔았던 것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리콜 요구까지 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셋째, 인증 문제는 일본 내 판매에 국한되고, 이들 기업이 해외에 수출했던 건 이번 문제와 무관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보면 이런 설명에 납득이 됩니다. 도요타가 만드는 차종 중 이번에 문제가 된 건 7개입니다. 이 중 현재도 판매하고 있는 건 코롤라 등 3개이고, 나머지 4개는 지금은 만들지 않는 것들입니다. 마쓰다는 적발된 5개 중 2개가 현재 판매 중이고, 야마하는 적발된 3개 중 현재 생산 중인 게 1개에 그쳤습니다. 스즈키는 과거에 생산했던 것만 1개 적발됐고 현재 생산 차종 중에서는 적발된 게 없으며, 혼다 역시 적발된 22개 중 현재 생산 중인 게 전무합니다. 현재 판매 중인 차종이 있는 도요타, 마쓰다, 야마하도 해당 모델이 그 기업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가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최원석 신한투자증권 해외기업분석팀장은 "이들 차종이 해당 기업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보다도 더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 결함처럼 치명적인 문제가 아니어서 일본 정부가 이번 일로 리콜 명령까지 내릴 가능성도 높지는 않아 보인다"고 했습니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로 국내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반사 이익을 받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도 증권가 전문가들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임은영 삼성증권 EV/모빌리티팀장은 "이번 인증 문제는 일본 내에서 발생한 것이며 도요타 등이 해외에 수출했던 물량과는 무관하다"며 "현대차와 기아의 일본 내 시장점유율이 1%도 안 되기 때문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