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국에 다리 수십개 돈벌레가"…학식 위생상태에 '발칵'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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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한 대학 식당서 잇따라 벌레 발견
손톱만한 무당벌레에 벌레 날개까지…"역겨워"
올초 학생 청원에도 학교 측 별다른 조치 없어
손톱만한 무당벌레에 벌레 날개까지…"역겨워"
올초 학생 청원에도 학교 측 별다른 조치 없어
최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한 대학교 학생 식당 음식에서 벌레가 잇따라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지자체까지 나섰다. 학생들은 학교가 지난해 식사 가격까지 올려놓고도 관리에 소홀해 같은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2학년생인 문희수(가명)씨는 지난 5일 학생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 제육볶음과 함께 나온 상추쌈에 붙은 벌레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작년에도 반찬에 벌레가 들어간 것을 두 번이나 봤다. 평소 이물질이 들어간 것에 대해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 아닌데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재료를 씻거나 손질하는 문제가 아니라 식당의 위생 관리 자체가 안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 다른 2학년생 채지수(가명)씨도 평소 학교 식당을 자주 찾았지만, 지난해 9월 엄지손톱만 한 딱정벌레가 음식에 들어있는 것을 본 이후 발길을 끊었다. 채씨는 "벌레가 자주 나온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보니 너무 역겹고 혐오스러웠다"며 "맛도 맛이지만, 기본적으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내놓아야 하지 않냐"고 불만을 표했다.
이들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은 더 있었다. 유사한 내용이 이 학교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학생들 사이에서 공유됐고,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7일 게시판에는 학생 식당에서 판매한 배추된장국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글이 여러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사진 속 국그릇 안에는 다리와 더듬이까지 육안으로 확인되는 그리마(돈벌레) 한 마리가 있었다. 글쓴이 A씨는 "오늘 학교 식당에서 판 중식"이라며 "한 솥 퍼서 다 먹고 이제 봤다. 친구랑 다 게워냈다"고 성토했다. 식단표에 따르면 실제로 이날 배추된장국과 함께 돈까스, 단무지가 중식으로 나온 것이 확인됐다.
이외에 상추, 깍두기 등 음식에서 날벌레로 보이는 이물질이 들어있단 글과 사진이 최근까지 여러 차례 올라온 것이 확인됐다. 학생 식당의 위생 문제는 올해 초 공론화되기도 했다. 지난 3월 학교 공식 홈페이지 내 건의 게시판인 'OO신문고'에는 학생 식당의 위생과 음식의 질이 떨어져 개선이 시급하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특히 올해부터 학생 식당 가격은 55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됐음에도 위생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 290여명의 학생이 이에 동의했다.
해당 학교의 학생 식당은 문제가 되는 곳 단 한 곳뿐이다. 기숙사에도 별도 식당이 마련되지 않아 대부분의 학생이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3학년 재학생으로 현재 기숙사에 사는 엄미령(가명)씨는 "학교 측은 뒤에 산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자주 벌레가 발견되는 건 분명 비정상적"이라며 "돈벌레 발견 이후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 다수가 학교 식당에서 식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현재 학생 식당을 운영하는 A업체와 계약 연장 여부를 두고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A업체는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으며 지난 3년간 식당을 운영해왔다. 학교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지난주 끝난 학생 만족도 설문조사와 현재 집계 중인 교직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학교가 이 문제를 그저 방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매년 이 같은 방식으로 업체를 종합 평가해왔는데, 최근 3년 중 학생 기준으로 만족도가 가장 낮게 나왔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업체가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규모가 작은 학교이다 보니 교체 후 입찰을 통해 당장 새로운 업체를 구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경기도 이천시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이물질 종류와 발견 횟수에 따라 식약처가 직접 조사를 담당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음식에서 벌레 등 곤충류가 발견된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원인 파악 등 조사를 맡는다. 이천시 관계자는 "7일 해당 학교 식당에서 돈벌레가 나왔다는 접수를 확인했다"며 "현장 방문 등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조리 과정보단 식자재 관리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벌레가 옮기는 세균이 나물, 샐러드처럼 덜 익히는 음식에 묻을 수 있어 우려된다. 또 무엇보다 이 같은 문제가 방치되면 나중에 더 큰 위생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에서 학교와 당국은 당장 시정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현재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2학년생인 문희수(가명)씨는 지난 5일 학생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 제육볶음과 함께 나온 상추쌈에 붙은 벌레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작년에도 반찬에 벌레가 들어간 것을 두 번이나 봤다. 평소 이물질이 들어간 것에 대해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 아닌데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재료를 씻거나 손질하는 문제가 아니라 식당의 위생 관리 자체가 안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 다른 2학년생 채지수(가명)씨도 평소 학교 식당을 자주 찾았지만, 지난해 9월 엄지손톱만 한 딱정벌레가 음식에 들어있는 것을 본 이후 발길을 끊었다. 채씨는 "벌레가 자주 나온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보니 너무 역겹고 혐오스러웠다"며 "맛도 맛이지만, 기본적으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내놓아야 하지 않냐"고 불만을 표했다.
이들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은 더 있었다. 유사한 내용이 이 학교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학생들 사이에서 공유됐고,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7일 게시판에는 학생 식당에서 판매한 배추된장국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글이 여러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사진 속 국그릇 안에는 다리와 더듬이까지 육안으로 확인되는 그리마(돈벌레) 한 마리가 있었다. 글쓴이 A씨는 "오늘 학교 식당에서 판 중식"이라며 "한 솥 퍼서 다 먹고 이제 봤다. 친구랑 다 게워냈다"고 성토했다. 식단표에 따르면 실제로 이날 배추된장국과 함께 돈까스, 단무지가 중식으로 나온 것이 확인됐다.
이외에 상추, 깍두기 등 음식에서 날벌레로 보이는 이물질이 들어있단 글과 사진이 최근까지 여러 차례 올라온 것이 확인됐다. 학생 식당의 위생 문제는 올해 초 공론화되기도 했다. 지난 3월 학교 공식 홈페이지 내 건의 게시판인 'OO신문고'에는 학생 식당의 위생과 음식의 질이 떨어져 개선이 시급하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특히 올해부터 학생 식당 가격은 55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됐음에도 위생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 290여명의 학생이 이에 동의했다.
해당 학교의 학생 식당은 문제가 되는 곳 단 한 곳뿐이다. 기숙사에도 별도 식당이 마련되지 않아 대부분의 학생이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3학년 재학생으로 현재 기숙사에 사는 엄미령(가명)씨는 "학교 측은 뒤에 산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자주 벌레가 발견되는 건 분명 비정상적"이라며 "돈벌레 발견 이후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 다수가 학교 식당에서 식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현재 학생 식당을 운영하는 A업체와 계약 연장 여부를 두고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A업체는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으며 지난 3년간 식당을 운영해왔다. 학교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지난주 끝난 학생 만족도 설문조사와 현재 집계 중인 교직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학교가 이 문제를 그저 방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매년 이 같은 방식으로 업체를 종합 평가해왔는데, 최근 3년 중 학생 기준으로 만족도가 가장 낮게 나왔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업체가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규모가 작은 학교이다 보니 교체 후 입찰을 통해 당장 새로운 업체를 구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경기도 이천시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이물질 종류와 발견 횟수에 따라 식약처가 직접 조사를 담당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음식에서 벌레 등 곤충류가 발견된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원인 파악 등 조사를 맡는다. 이천시 관계자는 "7일 해당 학교 식당에서 돈벌레가 나왔다는 접수를 확인했다"며 "현장 방문 등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조리 과정보단 식자재 관리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벌레가 옮기는 세균이 나물, 샐러드처럼 덜 익히는 음식에 묻을 수 있어 우려된다. 또 무엇보다 이 같은 문제가 방치되면 나중에 더 큰 위생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에서 학교와 당국은 당장 시정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