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 "재연 시험과 사고 당시 모습 달라" 미결함 주장
할머니 측 "페달 오조작 불가 입증…KGM이 억지 주장" 반박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이하 KGM·옛 쌍용자동차) 측이 10일 첫 공식 입장을 내놨다.

KGM은 "불의의 사고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을 유가족(원고)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것을 우려해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법원에서 상세히 소명해왔지만, 원고 측의 재연시험 결과 발표 등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도현이 가족 측은 "재연시험의 본질과 목적을 왜곡하고, 나아가 자체적으로 추가 진행한 재연시험의 신뢰성을 근거 없이 폄하하고 있다"며 재반박하고 나섰다.

도현이 가족이 KGM을 상대로 약 7억6천만원 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한 이 사건은 오는 1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다섯 번째 변론기일을 앞둔 가운데 또다시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급발진 재연 시험 두고 "신뢰 못 해" vs "객관성 충분" 공방(종합)
◇ 첫 입장 낸 제조사 KGM "할머니 측 주장 타당성 없어"
KGM은 크게 ▲ 지난 4월 19일 진행됐던 공식 재연시험 방법이 사고 당시 모습과 상이한 점 ▲ KGM이 제안한 추가 주행 시험 결과 국과수와 유사한 결과가 나온 점 ▲ 원고들이 지난 5월 27일 진행한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 기능 재연시험은 객관성이 결여된 점 등 3가지를 주장했다.

우선 원고의 감정 신청에 따라 이뤄진 공식 재연시험에 관해 "해당 시험은 모든 주행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100% 밟았음을 전제로 진행됐으나, (그 근거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100% 밟았음을 기록한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의 기록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EDR은 에어백이 터질 정도로 강한 충격이 있어야 사고 기록을 저장하되 그 기록은 에어백이 전개된 때로부터 소급해서 '마지막 5초'뿐이기 때문에 모든 주행 구간에서 '풀 액셀'을 밟은 건 실제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KGM은 또 "법원에서 지정한 감정인의 감정 결과 '운전자가 모든 주행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100% 밟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에도 반하는 조건으로 재연시험이 이뤄졌다"고 했다.

재연 시험에서 시속 110㎞에서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은 시험을 두 차례 진행했을 때도 속도가 각각 124㎞와 130㎞가 나와 EDR 기록을 토대로 한 국과수의 분석치(시속 116㎞)보다 속도 증가 폭이 컸던 점도 문제 삼았다.

KGM은 "사건 차량은 EDR 데이터가 기록되기 이전에 다른 차량을 추돌하는 등 큰 충격이 있었기 때문에 정상 차량과 동일한 수준으로 가속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차량 결함으로 인해 가속이 느렸다거나 도현이 할머니가 브레이크를 밟았기 때문에 속도 증가가 더뎠던 게 아니라 사고 충격으로 인해 정상 가속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급발진 재연 시험 두고 "신뢰 못 해" vs "객관성 충분" 공방(종합)
KGM은 "사건 차량이 실제로 시속 110㎞로 주행한 구간은 오르막으로, 재연 시험은 평지에 가까운 구간에서 이뤄져 데이터의 차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KGM은 "원고들이 시행한 주행 시험과 별개로 이 사건 사고 당시 조건에 따라 KGM의 제안에 의해 실시된 감정 결과, 감정인은 국과수 사고조사보고서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고 분석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조사의 변속 패턴이 재연시험에서 나온 수치들과 맞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감정인의 해석 오류가 있었음을 지적하며 보완 감정을 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GM은 끝으로 "원고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AEB 재연시험은 법원을 통하지 않은 사적 감정으로, 객관성이 담보된 증거 방법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전자가 다른 차량을 추돌할 당시 가속 페달을 60% 이상 밟았기 때문에 AEB가 작동하지 않은 채 경고음만 울렸던 것"이라며 "원고들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점은 이미 입증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KGM은 "국과수는 블랙박스 영상을 비롯한 수많은 영상과 녹음된 주행음 분석 등 여러 방면에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차량에 기계적 결함이 없다고 나온 사고조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며 "재판 과정에서 위 결론을 뒤집을만한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급발진 재연 시험 두고 "신뢰 못 해" vs "객관성 충분" 공방(종합)
◇ 도현이 가족 "국과수 분석 오류 입증…사실 왜곡" 반박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도현이 가족 측은 "4월 19일 실시된 재연시험은 객관성이 담보된 조건으로 정확하게 실시된 대한민국 최초의 실도로 주행시험이었다"라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도현이 가족의 소송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감정인은 '운전자가 모든 주행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100% 밟았다고 볼 수 없다'는 일반적인 결론을 내린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사고 차량이 모닝 추돌 직전 분당 회전수(RPM)가 6천400에서 4천으로 급격히 떨어진 점과 EDR 자료상 풀 액셀 상태에서 충돌 4.5∼5초 전 RPM이 5천900에서 4초 전 4천500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들어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100% 밟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 변호사는 "지난 재연시험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라는 국과수의 분석 결과가 틀렸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 풀 액셀 시험을 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페달 오조작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풀 액셀을 밟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재연하기 위해 사고 장소와 같은 도로에서 풀 액셀 가속시험을 한 것"이라며 "재연시험의 본질을 잘 아는 KGM이 억지 주장을 하면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발진 재연 시험 두고 "신뢰 못 해" vs "객관성 충분" 공방(종합)
'차량 손상으로 인한 가속력 저하'라는 KGM 주장을 두고서는 "차량 자동변속장치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고, 모닝 차량 추돌로 인해 구동력에 영향을 줄 만한 손상이 없었던 것이 팩트"라고 일축했다.

차량이 실제로 시속 110㎞로 주행한 구간이 오르막이기 때문에 재연 시험과 상이하다는 KGM 측 주장에 대해서도 "시속 110㎞로 주행한 구간의 대부분은 평지이고 끝부분 5m가량만 오르막"이라며 "감정인도 해당 경사는 '무시할 수 있는 정도'라고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하 변호사는 "KGM은 처음에는 국과수 분석 결과를 유리하게 이용하고자 할머니가 풀 액셀을 밟았다며 페달 오조작을 주장하다가 인정되기 어렵게 되자 나중에는 할머니가 가속페달을 '뗐다, 밟았다, 뗐다'는 기이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 변호사는 "이는 급발진 소송에서 제조사로서는 최초로 페달 오조작 항변을 포기한 것"이라며 "경험칙에 반하는 아무런 증거나 객관적인 기술적 분석 없는 인위적이고 자의적인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AEB 기능 재연시험의 객관성에 관해서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사적 감정도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면 사실인정의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 과정에서 국과수의 페달 오조작 결론이 틀렸다는 증거가 여럿 나왔다"라고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