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女, 화장품 진열대 3분 체류"…당신이 뭘 살지 CCTV는 안다
‘30대 여성, 신제품 매대인 A구역에 3분31초 체류 후 상담구역에서 신제품 상담. 상품 구매 가능성은 51%.’

매장에 들어온 고객의 동선과 체류시간, 시선을 분석해 상담사에게 전송한 내용이다. 상담사는 이 고객의 관심 제품과 구매 확률을 확인한다. 그가 매력을 느낄 만한 맞춤형 프로모션을 준비한다. 뷰티테크 전시장 등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행태정보 알고리즘이다. 현대자동차 신세계백화점 등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는 기업은 고객 움직임을 세밀하게 분석해 상품 배치와 실시간 마케팅에 적용하고 있다.

동선·시선으로 고객 파악한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매장 CCTV를 활용한 행태정보 알고리즘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매장 내 고객을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피플 카운팅’, 고객이 많이 머무르는 구역을 별도 색상으로 표현하는 ‘히트맵’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은 고객의 성별, 연령, 행동 패턴을 수치화해 분석한 뒤 마케팅에 활용한다.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구역에 중년층 고객군이 몰리면 인테리어나 매대 배치 등을 재조정하는 식이다.

이랜드리테일 현대차 신세계 등 여러 기업이 CCTV 정보를 고객 분석에 쓰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 오프라인 마케팅은 주로 담당자의 직감에 의존했는데 얻을 수 있는 고객 정보 자체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오프라인으로 온라인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고객이 어떤 장소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보냈는지, 집어 들었다가 고민한 후 다시 내려놓은 제품은 무엇인지 등이다.

이 같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건 CCTV다. 지능형 CCTV는 ‘높은 해상도’와 ‘딥러닝’(심층학습)의 합작품이다. 대상의 유의미한 특성을 골라낸다. 흰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을 찍으면 흰색, 원피스, 여성 등의 키워드를 저장하는 식이다. 이 같은 행동 데이터는 이전까진 일률화하기 어렵고, 직원이 직접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AI가 고도화하면서 데이터 분석이 용이해졌다. 트랜스패런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영상 분석 시장 규모는 2027년 146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롯데시네마는 영화 시작 전 방영되는 광고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상영관 앞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관객이 영화 시작 몇 분 전에 입장하는지 체크한다. 20대가 일찍 오는지, 50대는 언제 자리에 앉는지를 분석한다. 예컨대 영화가 12시에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11시50분에 방영되는 광고가 20대와 50대 중 어느 연령대에 더 효과적인지 데이터로 파악해 광고 배치에 활용하는 것이다.

“개인정보 활용 논란 해결해야”

개인정보를 둘러싼 논란은 풀어야 할 과제다. CCTV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만큼 사생활 침해 문제가 대두될 수 있어서다. 미국 유통 플랫폼 아마존은 최근 오프라인 의류 매장 아마존스타일 두 곳의 문을 닫았는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매장 아마존고는 수십 대의 카메라와 센서가 사람 얼굴을 인식하고 행동을 추적해 데이터를 쌓아왔다. 이 데이터가 해킹된다면 위험성은 온라인 고객 정보 유출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소비자가 자신만 알고 남에겐 알리고 싶지 않은 움직임이나 소비 행태를 기업이 알게 되는 것도 문제다. 소비자 행태정보 분석 업체들은 CCTV 영상에서 필요한 정보만 추출한 다음 원본 영상은 바로 삭제한다고 설명한다. 추출된 정보도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비식별화 처리를 한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