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녹색해운항로, 국제 해운 탄소중립 실현의 바닷길
2023년 7월,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 국제 해운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해운업계는 선박 연료를 기존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는 선제적 대응을 ‘미래 경쟁력’의 중요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환경 재난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충격을 동반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블랙스완에 빗댄 ‘그린스완(green swan)’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해운·조선 분야도 기후변화에 따른 산업적 영향이 매우 큰 상황이다.

최근 국제 해운·조선업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녹색해운항로’ 구축이다. 녹색해운항로는 무탄소 연료 또는 친환경 기술 활용으로 두 개 이상의 항만 간 해상운송 전 과정에 탄소 배출이 없는 항로다. 국제 해운 분야의 기후위기 대응과 친환경 핵심기술 선점이라는 정책적·경제적 목표를 이뤄내기 위한 중요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국제 해운의 탈탄소화는 해양, 에너지, 금융 분야 기업 등이 참여하는 탄소배출제로연합이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이케아 등이 참여하는 무탄소선박 상용화 화주 협의체(coZEV) 같은 민간 협의체를 통해 해운 분야를 넘어 연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해양수산부는 국제 해운 환경규제에 선제 대응하면서 한국을 기점으로 녹색해운항로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친환경선박 기술 개발 등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수행하고, 우리 해운업계의 친환경선박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운용 중이다. 그리고 작년 11월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망 구축 방안’을 마련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7년 세계 최초로 태평양 횡단 한·미 간 녹색해운항로 구축을 목표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수립 중이다.

또한 수소, 암모니아 같은 친환경 에너지 생산국인 호주와 양국 주요 항만 간 녹색해운항로 구축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덴마크 싱가포르와도 녹색해운항로 구축 및 연계를 위한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 같은 녹색해운항로는 국제사회에서 논의되는 탄소세가 도입되더라도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탄소 감축에 따른 운항 원가 절감과 동시에 무탄소 운송을 요구하는 글로벌 기업의 화물을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우리 해운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일은 새로운 정책 결정 방식이 요구된다”며 “정부는 연구개발과 인프라에 적극 투자해 혁신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녹색해운항로 구축이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하는 하나의 솔루션이자 우리 해운·조선산업의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씨앗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