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세금에 대한 단상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 0.76명. 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출산장려금 1억원이 화제인데 문제는 세금이다. 기업에서 자녀에게 직접 증여하면 4000만원 넘는 개인 소득세는 줄지만, 기업 법인세는 오히려 늘어난다. 기업은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직무발명 권리 보상금을 지급한다. 20억원 복권에 당첨된 경우 기타소득 적용을 받아 6억원의 세금을 내지만, 근로소득 적용을 받는 직무발명 보상금은 같은 액수라도 8억원이 넘는 돈이 세금이다.

세금 논쟁은 늘 뜨겁다. 토머스 홉스 등 사회계약론자는 불평등 해소와 공공 이익 증진의 수단으로 이해했다. 밀턴 프리드먼 같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재산권 침해라며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라고 주장한다. 상속세를 주제로 토론하는 일은 특히 힘겹다. 부의 세습 방지, 불평등 완화를 위해 무겁게 매겨야 한다는 주장과 기업 영속성 확보, 고용 창출의 해법으로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전향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팽팽히 맞선다.

사실은 이렇다. 상속세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상속세율(27.1%)에 비해 세계 최고 수준인 60%에 달하는 한국의 상속세율은 객관적으로 너무 높다. 독일이 연 1만 건 이상을 활용하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우리는 고작 1년에 100건 정도 활용 중인데, 사전·사후 요건이 매우 엄격해서다. 과도한 상속세는 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 가운데 첫 번째로 꼽힌다. 승계 실패로 락앤락, 농우바이오, 쓰리세븐 등 내로라하는 기업의 주인이 바뀌었고 이런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국세 상속세 비중이 2.1%로 미미하고 과세자 비율도 4.5% 수준에 불과한데 개편 논의는 한 발자국 나아가기가 정말 쉽지 않다.

공직에서는 예산 확보와 사업 성과를 내는 데 집중했다. 세입 원천인 세금의 종류와 규모에는 무관심했다. 국세 14종과 지방세 11종 등 세금 부담은 의무와 능력을 갖춘 대상, 결국 기업에 집중된다. 쓰기 위해서는 걷어야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22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어려운 경제의 해결책이 다각적으로 모색되고 상속증여세, 금융투자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개편 논의도 활발하다. 찬반 논의야 당연하지만 부디 합리성에 기반한 생산적인 담론들이 확산하길 기대한다. 정쟁과 이념적 논쟁으로 소모할 겨를이 없다.

중견기업의 평균 업력이 대략 30년인데, 30~40대였던 창업주들은 백발의 노년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발전의 역사는 번개처럼 스쳐 간 이들의 청춘 위에 세워졌다. 돈 많이 벌어 혼자 잘 살려고 했을까, 침묵을 깨는 모든 말은 나라 살림살이 걱정으로 가득하다. 기업의 지속 성장을 반기고 견인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긴요하다. 감히 적을 수 없는 그들의 마지막이, 그리고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이 빠르게 저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