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재개발 놓쳤다면 '이곳'이라도 잡아야"…성수5지구 어디길래
서울 강남과 인접해 있지만 상대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광진구가 들썩이고 있다. 최근 이 지역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된 자양 4동 재개발(자양4동 57~90 일대)이다.
"성수재개발 놓쳤다면 '이곳'이라도 잡아야"…성수5지구 어디길래
빌라촌이 대부분인 광진구에서 이례적으로 규모가 큰 3000가구 아파트 단지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한강 이북에서 ‘강남급’ 입지로 불리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을 도로 하나 사이에 두고 있어 속칭 ‘성수 5지구’로도 불린다.
성수동 일대.  /한경DB
성수동 일대. /한경DB
단독주택 소유주와 빌라 소유주 간 갈등은 최대 난제다. 가뜩이나 공사비 등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복잡한 이해관계로 사업이 장기간 정체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사실상 성수 5지구"

기존 자양1구역과 2구역이 통합돼 추진되는 ‘자양4동 재개발’의 가장 큰 강점은 입지다. 광진구에 속해 있지만, 땅값이 치솟고 있는 성동구 성수동과 나란히 붙어있다. 한강 변으로는 강 건너 강남구 청담동을 마주 본다. 한강 변 스카이라인을 잇는 랜드마크성 개발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뚝섬 한강공원, 성수 카페거리, 역세권 상권, 대학(건국대, 세종대, 한양대) 등 다양한 지역자원과 인접해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본 아파트. 뉴스1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본 아파트. 뉴스1
서울시는 지난 1월 말 자양4동 일대 재개발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했다. 최고 50층 내외 약 2950가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용도지역도 기존 2종 일반주거지역 7층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한다.

시는 창의·혁신 디자인을 적용할 경우 층수 상향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성수4지구에서 최고 77층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만큼 초고층 가능성도 열어 둔 것으로 전해졌다.
"성수재개발 놓쳤다면 '이곳'이라도 잡아야"…성수5지구 어디길래
가장 주목한 것은 한강 변 경관이다. 공원 연접부에 저층부 경관디자인, 디자인 특화동(한강전망대) 계획으로 자양에서 성수로 이어지는 한강 변 미래 경관을 창출하는 데 주력했다. 북측 소공원에서부터 광폭의 선형 중앙공원을 지나 뚝섬한강공원까지 녹지 축을 연결, 한강과 녹지가 어우러지도록 요구했다.

개발기대에...구축 빌라 10억 육박

재개발 초기인 만큼 이 지역에서 진입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도 많다. 우선 권리산정일은 2022년 1월28일로 그전에 준공된 빌라만 조합원 자격이 주어진다. 권리산정 기준일 이후 지은 신축 빌라나 지분 쪼개기 물건은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실거주하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투자할 수 있다.
성수동 단지들.  /한경DB
성수동 단지들. /한경DB
아직 조합 설립조차 안 됐고 토지거래허가도 받아야 하지만, 매물 호가는 치솟고 있다. 특히 최근 광진구에서 내놓은 추정 감정평가 금액이 공개된 게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광진구에 따르면 2구역 신축 빌라의 추정 감정평가 가액은 3.3㎡당 1억2000만~1억6000만원이다. 1구역 구축 단독주택이 3.3㎡당 평균 3500만~4000만원 선에서 나온 것과 비교하면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 빌라 투룸 기준 매매가는 8억~9억원이다. 자양동 J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입주한 인근 롯데캐슬리버파크시그니처 전용 84㎡ 호가가 20억원을 넘어선다”며 “감정평가 가액에 대한 기대가 커져 매매 호가를 올리려는 빌라 소유자가 많다”고 말했다.

평가액 놓고 단독-빌라 갈등 어쩌나

자양4동 재개발의 가장 큰 난관으로 단독주택 소유주와 빌라 소유주 간 갈등을 꼽는 전문가가 많다. 결과적으로는 같은 면적의 땅에 대한 평가금액이 3배 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 두 구역은 당초 따로 재건축을 추진했다. 1구역은 구축 단독주택, 2구역은 비교적 신축인 다세대·다가구주택 등 빌라가 밀집해 있다.
서울 전경.  /뉴스1
서울 전경. /뉴스1
한 단독주택 소유주는 “어떻게 감정평가 가액이 산출됐는지 이해하는 소유주가 거의 없는데 광진구는 동의서 징수부터 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빌라시장에 불법 투기꾼이 유입되고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부채납 비율과 추정 공사비와 관련해서도 불만이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진구청은 정비계획안에 공공청사와 35층 높이의 전망대, 단지 내 도로 등을 의무적으로 건립하도록 했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두 구역의 이해관계가 지나치게 달라 통합 개발이 제대로 흘러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입지는 좋지만 사업이 본격화하기까지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