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 새 달러당 16→18페소…선거 전후 일주일 만에 8% 급락
선거 압승 속 현 정부서 못한 개헌 추진 예상에 시장 불안 고조
힘 붙은 멕시코 '슈퍼 집권당'…힘 빠진 '슈퍼 페소'
멕시코에서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진 총선거 결과, 좌파 집권당이 정권을 재창출하고 의회 권력도 장악하면서 시장 불안이 지속해서 고조되는 양상이다.

각종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당의 견제 세력이 약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예상 속에 최근 수년간 눈에 띄게 강세를 보였던 멕시코 페소화는 일주일 넘게 가치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멕시코 중앙은행(Banxico·방시코)에서 제공하는 환율 정보를 보면 전날 기준 달러 대비 페소 환율은 1달러당 18.38페소로, 선거 직전인 지난 달 30일 17.01페소보다 약 8% 급락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현지 일간지 엘에코노미스타는 이날도 환율이 1%가량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페소 가치는 2020년 3월 달러당 25페소를 넘기도 했으나, 이후 지속해서 급등하면서 지난달 중순까지도 16페소대에 거래됐다.

2022∼2023년의 경우 페소는 20여년 만에 가장 강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펀드·자산운용사로부터 '수익률 좋은 통화'로 평가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슈퍼 페소 현상'으로 불렸다.

힘 붙은 멕시코 '슈퍼 집권당'…힘 빠진 '슈퍼 페소'
이는 미국을 겨냥한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효과를 노린 외국 기업의 투자 행렬과 미국에서 일하는 멕시코 근로자들의 달러 송금액 급증에 기인한 것이라는 게 현지 매체들의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그러나 지난 2일 대선에서 좌파 여당인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당선인이 60%에 가까운 득표율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데 이어 총선도 여당 연합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규제기관 통폐합, 복지제도 강화, 사법제도 개혁 등 각종 사회 변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그간 야당 반대로 개헌을 비롯한 관련 정책 도입이 이뤄지지 못했지만, 차기 의회와 정부에서는 견제 세력이 크게 약화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는 "여당 연합 의석은 상원 77석에서 83석으로 늘었고, 하원의 경우 276석에서 개헌선(전체 의석 ⅔) 넘어 372석으로 급증했다"며, 상원에서도 중도좌파 정당을 포섭할 경우 개헌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힘 붙은 멕시코 '슈퍼 집권당'…힘 빠진 '슈퍼 페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지난주에 이어 '시장 달래기'를 위한 시그널을 보내는 데 주력했다.

그는 "당선인과 오늘 만나 정권 인수에 대한 첫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며 "9월 30일 퇴임 후 목장으로 물러나게 되면, 저는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삭제하고 차기 정부에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당선인에게 개헌 속도를 높여달라고 요청할 것인지'에 대한 현지 취재진 질의에 "아니, 아니,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저는 클라우디아를 매우 존경하고, 그가 이 변화의 과정에 나설 주인공"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