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 선택은 자유가 돼야지, 산모들의 선택권부터 줄일 일인가요" -김모 씨(32·8월 출산 예정)
"어차피 필수로 쓸 건데 불필요한 지출만 늘리는 셈" -박모 씨(28·작년 12월 출산)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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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산모들의 마취 시술 선택권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의 행정 예고를 내자 "저출산 시대에 역행한다"는 산모들의 비판이 빗발쳤다. 논란이 일자 복지부는 행정 기준을 대대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

11일 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달 10일 행정 예고된 '수술 부위로의 지속적 국소마취제 투여법(CWI)의 급여기준'을 조만간 개정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정 예고 이후 충분한 의견 수렴을 받았다"며 "산모들과 의료진의 선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CWI는 산모들의 산후통을 없애준다는 의미에서 '페인버스터'로 통칭한다. 산모의 복부를 물리적으로 절개하는 제왕절개 수술을 거친 산모들에게 사용된다. 수술 부위에 국소마취제를 지속해서 투여해 통증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페인버스터는 의료 일선에서 '무통 주사'로 불리는 자가조절진통법(PCA)과 함께 사용된다. 양 시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산모들의 통증을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다. 무통 주사는 강력한 진통 효과가 있는 마약성 진통제다. 효과가 뛰어나지만 마약성 진통제인 만큼 구토나 두통 등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페인버스터에 대해 '병행 사용 비권고' 판정을 내리면서 발생했다. 당시 보의연은 페인버스터가 충분히 안전성을 갖췄지만, 병행 사용되는 경우 통증 감소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복지부는 지난달 페인버스터에 대한 급여 기준을 행정 예고했다. 기존의 페인버스터는 자가부담률 80%가 적용되는 선별 급여 항목이었다. 신설된 기준에서는 부담률을 90%로 높이고, 무통 주사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만 급여를 인정하게 했다.

사실상 무통 주사나 페인버스터 중 하나만 사용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임산부들 사이에서는 "산모들의 선택권을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오는 8월 출산을 앞둔 임산부 김 씨는 "산모들마다 시술 선택 여부가 다를 수는 있어도 선택을 처음부터 막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복지부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했다"고 했다.

극심한 저출산을 타개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정반대라는 지적도 나왔다. 제왕절개는 국내에서 가장 선호되는 분만 방식이고, 산모의 통증 완화도 필수인데 정작 복지부가 산모 사후 관리에는 무심하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2014년 38.7%에 불과했던 제왕절개 분만율은 2022년 61.2%까지 뛰었다.

지난해 12월 제왕절개로 출산한 박씨는 "둘째를 낳을 때도 페인버스터를 사용할 계획"이라며 "초산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데 통증 회복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산모가 노산인 경우 신체 회복이 느린 만큼 통증 완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정 예고는 말그대로 예고인 만큼 각계각층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했고, 산모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시온/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