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빌라촌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빌라촌 모습. /연합뉴스
최근 서울 빌라가 법원 경매에 쌓여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사기 사태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못 돌려주거나 대출금을 갚지 못한 집주인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아파트에 비해 선호도가 낮은 점도 빌라 경매 매물이 쌓이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1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경매 건수는 총 1485건으로 집계됐다. 2006년 5월(1475건) 기록을 깨트린 지난 4월(1456건)보다 29건 많다. 서울 빌라 경매는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월평균 600~800건 수준이었다. 이후 전세사기 여파가 확대되면서 10월엔 1200건을 넘는 등 매달 1000건씩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1048건을 시작으로 5월까지 2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인기가 적어 유찰이 반복되면서 경매 건수가 더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서울 빌라 낙찰률(경매 물건 중 낙찰된 물건 비율)은 2월 9.8%, 3월 13.6%, 4월 15%였다. 반면 아파트 낙찰률은 2월 34.9%, 3월 34.9%, 4월 45.3% 등으로 빌라 낙찰률보다 2~3배 높았다.

그나마 지난달 서울 빌라 낙찰률은 27.8%로 전 달(15%)보다 크게 개선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빌라에 묶여있던 보증금을 포기한 빌라 경매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HUG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에게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준 뒤 채권 회수를 위해 강제 경매에 나서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HUG가 일부 채권이라도 회수하고자 묶인 보증금을 포기해 낙찰자가 추가로 인수해야 할 부담이 없어졌다”며 “매수세가 붙으면서 소진되는 빌라 경매 물량이 많아지고 있어 당분간 낙찰률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