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통과돼도 상징적 효과
테슬라, 머스크 77조원 보상안 우군으로 소액주주 공략
테슬라가 수십조원 규모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보상안을 지지해줄 우군으로 소액 개인 주주들을 공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10일(현지시간) 테슬라가 머스크 보상안과 텍사스 이전안에 관해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웹사이트와 온라인 유명 인사들과 협력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가 투표에 참여한 개인 주주 일부에게 머스크와 함께 공장 투어라는 혜택을 제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13일 주주총회에서 머스크에게 560억달러(약 77조원) 상당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지급하는 안을 재승인하는 안건과 법인을 텍사스로 이전하는 안건 등을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기관 투자자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머스크에 친화적이고 규모가 꽤 크다는 점에서 공략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테슬라 주식을 수천주 보유한 한 변호사는 "내 투자금을 10배 이상 불려준 사람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니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공정성과 주주 민주주의는 테슬라가 개인 투자자들을 포섭하기 위해 내세우는 포인트다.

테슬라는 다른 기업에 비해 개인 주주가 많은 편이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5일 기준 테슬라 보통주 43%는 기관 투자자와 기업이 아닌 개인 등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15대 기업 중 최대치다.

머스크는 8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금까지 투표한 개인 주주의 90%는 두 안건을 모두 찬성했다"고 말했다.

다만 소액주주들이 일반적으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주지만 투표 자체를 잘 안한다는 점이 테슬라에겐 과제라고 로이터통신이 지적했다.

주총이 다가오면서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속속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은행 투자관리(NBIM)는 전날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금융정보업체 LSEG 데이터를 인용해 NBIM이 테슬라 지분율 순위 8위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이 반대 의사를 밝혔고, 기관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 루이스도 반대를 권고했다.

반면 다른 주요 주주인 월가의 배런 캐피털와 티로우프라이스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자산운용사 베일리 기퍼드도 테슬라 측에 섰다.

이 회사는 지금은 지분이 0.5%뿐이지만 한 때 2대 주주였고 10년 이상 주식을 보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 밖에 주요 주주인 뱅가드(7.2%)와 블랙록(5.9%)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테슬라가 머스크에게 막대한 규모의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안건은 2018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승인됐다.

그러나 소액주주인 리처드 토네타가 델라웨어주 법원에 이를 무효로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1월 잠정 승소하면서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최종 판결은 원고 변호인단에게 지급할 법률 수수료에 대한 심리 결과 등과 함께 다음 달 내려질 예정이다.

테슬라 이사회는 주주들이 머스크 보상안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항소심에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주총에 재승인 안건을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주총 표결은 상징적인 효력이 크기 때문에 주주들이 보상안을 재승인하더라도 1심 판결이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일부 법률학자들이 말한다고 전했다.

2018년 결정된 이 보상안은 테슬라가 머스크에게 매출과 시가총액 등을 기준으로 단계별 성과를 달성할 때마다 12회에 걸쳐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이다.

해당 성과를 모두 달성한 머스크는 스톡옵션을 다 받았으며, 이를 행사할 경우 주당 23.34달러에 약 3억400만주를 매입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