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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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대화 챗봇 애플리케이션(앱) '레플리'에서 인공지능(AI) 아바타를 만들어 못다한 얘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우종하 레플리 대표는 지난 10일 네이버클라우드 블로그에서 자사 서비스에 대해 "(카카오톡) 메신저에 쌓인 과거 대화를 학습해 친구의 AI 아바타를 쉽게 만들어주는 서비스"라고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1월 서비스를 시작한 레플리는 주 사용자인 10~20대 사이에서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는 입소문이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 혹은 지인과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를 학
습한 AI 아바타와 채팅하는 만큼 실제 친구와 채팅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레플리 측 설명이다. 이에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AI 아바타로 만들어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레플리 서비스 소개. 사진=네이버클라우드 제공
레플리 서비스 소개. 사진=네이버클라우드 제공
레플리 서비스가 대화 상대방을 구현할 수 있게 된 배경엔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 역할이 컸다. 레플리는 메신저 대화 내용을 토대로 답변을 제시하는데 이 과정에서 하이퍼클로바X가 친구의 특징과 성격을 가진 AI 아바타의 페르소나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네이버에 따르면 레플리와 같이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특화 모델이나 AI 서비스를 선보인 기업·기관은 2000여 곳에 이른다. 금융·교육·법률·유통·게임 등 다양한 업종에서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하이퍼클로바X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어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서다.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판 AI 성능 평가 체계 KMMLU에서 오픈AI의 직전 버전인 챗GPT-3.5터보, 구글의 제미나이 프로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KMMLU는 국내 유명 오픈소스 언어모델 연구팀 '해례(HAE-RAE)'가 이끄는 AI 성능 평가 지표 구축 프로젝트다. 인문학, 사회학, 과학·기술 등 45개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묻는 3만5030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대화도 자연스럽게 끌어낸다. 우 대표는 "자체 sLLM(소형거대언어모델)부터 다양한 AI를 시험했지만 하이퍼클로바X가 생성하는 답변들이 가장 자연스러웠고 제일 좋은 대화 품질을 보여줬다"며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를 가장 잘 아는 언어이기 때문에 감성형 대화에서 압도적 성능을 보였고 레플리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어 성능이 관건인 법률 분야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AI 법률상담 서비스 'AI 대륙아주'를 지난 3월 출시했다. 법률 서비스가 필요한 이용자에게 기초적 법률 지식을 제공하는 참고용으로 제작한 것.

AI 대륙아주를 개발한 넥서스AI는 챗GPT 3.5와 비교한 결과 하이퍼클로바X의 한국어 인식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데 주목했다. 한국어뿐 아니라 국내 법체계와 판례에 관한 데이터를 갖춘 하이퍼클로바X로 법률상담의 질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앞세워 독자적인 토종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필요한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과 조선해운 업종을 시작으로 여러 산업군에서 AI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의 기존 모델(HCX-003)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대시 모델(HCX-DASH-001)을 지난 4월 선보인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네이버클라우드 AI 개발 도구 '클로바 스튜디오'에서 대시 모델을 이용할 경우 가격은 기존 모델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올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작업의 종류·비용 등을 고려한 다양한 맞춤형 선택지가 제공될 수 있도록 모델 라인업을 확대해 기업의 AI 도입 확산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하이퍼클로바X 중심의 AI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