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인수한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부실채권 정리에 발목이 잡히면서 올해 1분기에도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KB부코핀은 다음달 전자업무시스템 구축과 기업금융 확대를 앞세워 내년부터 연간 흑자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5년간 1조4000억원 순손실

'적자 늪' KB부코핀, 디지털 승부수 띄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KB부코핀은 올 1분기 53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국민은행 글로벌사업그룹 관계자는 “부실채권 가치를 보수적으로 재산정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부실을 털어내면서 발생한 손실로 현재 영업은 정상적이라는 얘기다.

대손충당금 등을 제외한 1분기 KB부코핀의 영업수익은 1304억원으로 전년(1192억원)보다 9.4%(112억원)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2018년 글로벌 사업 확대 차원에서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1164억원에 사들여 2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했다. 인도네시아가 자국 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 보유 한도를 40%로 규제하고 있어서다.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금융당국(OJK)의 특별 승인을 받아 2020년 3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최대주주(지분 67%)에 올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관광업 부진으로 소매금융 부실이 커지면서 소상공인이 주 고객인 KB부코핀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20년 434억원이던 순손실이 2022년엔 8021억원으로 20배 가까이로 확대됐다. 국민은행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수혈에 나섰다. 2021년 3935억원을 시작으로 작년엔 709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국민은행이 부코핀 지분 인수 이후 투입한 자금은 1조5000억원을 웃돈다. 작년 국민은행 순이익(3조2615억원)의 절반 가까운 자금이 KB부코핀에 들어간 셈이다.

IT 투자로 정상화 승부수

KB부코핀은 그동안 점포 축소와 희망퇴직 등 체질 개선에 주력해왔다. 2021년 435개에 달하던 점포는 올 3월엔 172개로 60.5%(263개)나 축소했다. 희망퇴직 등 인력 감축을 통해 같은 기간 직원도 4901명에서 2695명으로 45.0%(2206명) 줄였다. 점포와 인력 축소가 영업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연간 600억원가량의 안정적인 순이익을 내는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인 우리소다라은행은 2014년 인수 당시 119개이던 지점을 작년엔 160개로 오히려 34.5%(41개) 늘렸다.

KB부코핀은 올해 사명 변경과 함께 디지털 강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KB부코핀은 지난 3월 사명을 KB뱅크로 바꿨다. KB금융그룹 브랜드명을 강조하는 한편 현지에 진출한 KB증권 KB국민카드 등과의 협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KB뱅크는 다음달 ‘차세대 뱅킹시스템’을 도입한다. 은행원들이 문서로 처리하던 작업을 전산화해 업무 효율성뿐만 아니라 정확성과 신뢰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개인·기업 여신 처리 기간이 단축되는 것은 물론 부실 여신 처리 등 건전성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뱅크의 정보기술(IT)사업 전반을 이끌던 문영은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가 지난달 31일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 것과 관련해선 조만간 후임자를 선임해 차세대 뱅킹시스템을 안착시킨다는 방침이다.

김보형/정의진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