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 11일 오후 2시 37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다가 증시 입성에 실패한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장외 시장에서 관련 주가는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심사를 이례적 수준으로 강화한 영향이다.

상장 실패 기업 속출…장외투자 주의보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예비심사청구서를 신청한 원유니버스와 단비교육은 이달 심사 철회를 결정했다. 이 영향으로 단비교육 주가는 비상장 거래 플랫폼에서 하루 만에 28%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거래소 심사를 받은 기업 중 미승인을 통보받거나 심사를 자진 철회한 기업은 총 19곳으로 집계됐다. 이브로드캐스팅(삼프로TV),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등이 포함됐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상장 철회 및 미승인 기업 수는 지난해(연간 24곳)와 2022년(연간 33곳)을 웃돌 전망이다.

올해 상장 철회 기업 중엔 기술특례상장을 택한 기업이 9곳으로 가장 많았다. 기술특례상장은 적자 기업의 주요 상장 방법이다. 이어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을 준비하다가 접은 기업은 6곳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팩 상장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올해 가장 많은 기업이 상장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장외 시장에서 상장 철회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노브메타파마는 스팩 상장에 실패한 이후 코넥스에서 약 70% 하락했다. 철강 설비업체 플랜텍(옛 포스코플랜텍)은 미승인 이후 66% 떨어졌다.

상장 철회 기업이 올해 들어 쏟아지는 것은 거래소의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다. 거래소 승인을 받은 파두가 ‘뻥튀기 상장’으로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고, 시큐레터는 상장 7개월 만에 회계 부정 의혹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그러자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이 내부 직원들에게 “상장 시 문제가 없게 하라”는 우려를 보이면서 당장 이익이 나지 않고 있는 중소형 기업의 상장이 한층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소기업 상장이나 스팩 우회 상장을 주관하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주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