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사모펀드(PEF)가 잇따라 일본 기업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투자 확대에 나섰다. 엔저로 싸진 일본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올린 뒤 되팔았을 때 수익률이 미국, 유럽 등 다른 시장보다 높다는 판단에서다.

베인캐피털 5조엔…美사모펀드, 日기업 투자 러시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데이비드 그로스 베인캐피털 공동대표는 2029년까지 일본 기업 바이아웃에 5조엔(약 4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투자 규모(2조5000억엔)의 두 배다. 베인캐피털은 2018년 2조엔 규모의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에 참여한 바 있다. 향후 투자 분야로는 헬스케어, 자동화, 로봇 기술 등을 꼽았다.

조너선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2027년까지 1조5000억엔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블랙스톤이 2007년 일본 사업 시작 후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과 맞먹는 규모다. 그레이 사장은 “일본 기업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엔저 및 주가 강세와 맞물려 투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칼라일은 지난달 일본 기업 투자에 특화한 펀드를 4300억엔 규모로 신설했다. 2020년 조성한 펀드의 1.7배 규모다. KKR은 향후 10년간 1조엔 이상을 일본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주요 PEF가 일본 기업 바이아웃 투자를 늘리는 것은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칼라일이 2007년 이후 설정한 글로벌 주요 지역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8~14% 수준이다. 최근 일본 펀드의 IRR은 28%에 달한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