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소녀로 돌아온 라일리… '속편 실망' 징크스 깬 '인사이드 아웃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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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만 한 속편 없다'는 영화계 통념이 있다. 전세계 박스오피스 8억5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며 흥행하고, 아카데미상까지 받은 작품이라면 더더욱 불안하다. 괜히 속편을 만들어 본편의 좋은 기억을 버리는 건 아닐지. 12일 개봉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는 전편에 비해 성장하고 확장된 주인공의 심리를 다채로운 감정 캐릭터로 섬세히 묘사하며 '소포모어 징크스'를 피했다. 첫 편에 비해 충격적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흑역사'로 가득한 사춘기 때의 감정을 소환시키며 '성인용 철학 애니메이션'의 정수를 보여줬다.
15세가 된 주인공 '라일리'의 감정 세계에는 대대적인 변화가 찾아온다. 기존의 다섯 가지 감정 캐릭터들(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에 이어 불안, 당황, 따분, 부러움 등 4가지 새 감정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라일리의 일상도 새 국면을 맞이한다. 외적으로는 키가 훌쩍 크고, 치아 교정을 시작했다. 뾰루지와 체취도 덤이다. 라일리는 원래의 단짝 친구들 대신 고등학교를 같이 다닐 새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아이스하키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전에 없던 감정의 스펙트럼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는 사춘기를 '리모델링'으로 묘사한다. 이번 편의 메가폰을 잡은 켈시 만 감독은 홍보 영상을 통해 "10대의 뇌에 일어나는 여러 변화를 공부하면서 레킹볼(철거할 때 사용하는 거대한 철구)이 감정 컨트롤 본부에 들어오고, 일꾼들이 몰려와 때려 부수기 시작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청소년이 된다는 건 일종의 리모델링 공사와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라일리 감정 세계의 변화는 폭력적일 만큼 과격하고 급진적이다. '불안이'를 필두로 한 새로운 감정들은 기존에 있던 다섯 감정들을 내쫓고 감정 컨트롤 본부를 차지한다. 불안이는 "라일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감정 체계를 자신이 진두지휘하려고 한다. 불안은 미래를 대비하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게 만들지만, 통제를 잃은 불안이는 좋은 경험과 감정으로 공들여 쌓아온 라일리의 신념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불안이가 폭주해도 이미 등장한 불안 이를 다시 없애거나 멈추기는 어렵다. 10대부터 우리는 필연적으로 불안과 공존할 수밖에 없듯이. "어른이 되는 건 그런 건가 봐"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말이다.
전편의 11세 라일리와 15세 라일리가 가장 달라진 점은 좋은 감정만 취사선택해 받아들이지 않는 게 된다는 것. 과거에는 창피하거나, 나쁜 경험들은 기억 저편으로 던져버렸지만 일련의 경험을 통해 한층 성숙한 라일리는 그 모든 감정이 결국 모두 나를 이루는 것임을 깨닫는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사춘기 시절 흔히 겪었던 기억을 돌아보게 된다. 아름답기보다는 엉망진창이고 선명히 정리되지 않던 감정들을 다시 끄집어내 치유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어른을 위한 심리치료용 만화' 같아 보이기도 한다. 관객들도 라일리와 비슷한 기억과 감정이 있을 것이다. 우상시하는 타인이 생기고,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감정, 내 원래 모습을 부끄러워하고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어설프게 흉내 내던 기억, 비아냥대고 센척하며 자신을 지키려고 했던 일들…. 이 어설프고, 정제되지 않았던 10대의 기억을 뒤로한 관객들에게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엉망이기도 한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12일 개봉. 상영시간 96분.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영화는 사춘기를 '리모델링'으로 묘사한다. 이번 편의 메가폰을 잡은 켈시 만 감독은 홍보 영상을 통해 "10대의 뇌에 일어나는 여러 변화를 공부하면서 레킹볼(철거할 때 사용하는 거대한 철구)이 감정 컨트롤 본부에 들어오고, 일꾼들이 몰려와 때려 부수기 시작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청소년이 된다는 건 일종의 리모델링 공사와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라일리 감정 세계의 변화는 폭력적일 만큼 과격하고 급진적이다. '불안이'를 필두로 한 새로운 감정들은 기존에 있던 다섯 감정들을 내쫓고 감정 컨트롤 본부를 차지한다. 불안이는 "라일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감정 체계를 자신이 진두지휘하려고 한다. 불안은 미래를 대비하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게 만들지만, 통제를 잃은 불안이는 좋은 경험과 감정으로 공들여 쌓아온 라일리의 신념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불안이가 폭주해도 이미 등장한 불안 이를 다시 없애거나 멈추기는 어렵다. 10대부터 우리는 필연적으로 불안과 공존할 수밖에 없듯이. "어른이 되는 건 그런 건가 봐"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말이다.
전편의 11세 라일리와 15세 라일리가 가장 달라진 점은 좋은 감정만 취사선택해 받아들이지 않는 게 된다는 것. 과거에는 창피하거나, 나쁜 경험들은 기억 저편으로 던져버렸지만 일련의 경험을 통해 한층 성숙한 라일리는 그 모든 감정이 결국 모두 나를 이루는 것임을 깨닫는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사춘기 시절 흔히 겪었던 기억을 돌아보게 된다. 아름답기보다는 엉망진창이고 선명히 정리되지 않던 감정들을 다시 끄집어내 치유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어른을 위한 심리치료용 만화' 같아 보이기도 한다. 관객들도 라일리와 비슷한 기억과 감정이 있을 것이다. 우상시하는 타인이 생기고,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감정, 내 원래 모습을 부끄러워하고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어설프게 흉내 내던 기억, 비아냥대고 센척하며 자신을 지키려고 했던 일들…. 이 어설프고, 정제되지 않았던 10대의 기억을 뒤로한 관객들에게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엉망이기도 한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12일 개봉. 상영시간 96분.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