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에 제작에 참여한 예능 프로그램 '팝업상륙작전' 촬영 장면.
현대백화점에 제작에 참여한 예능 프로그램 '팝업상륙작전' 촬영 장면.
글로벌 '팝업스토어 성지'로 거듭난 현대백화점이 팝업 직접 기획에 힘을 주고 있다. 작년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팝업만으로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리자, 단순히 팝업 공간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직접 팝업 예능까지 만들면서 콘텐츠 발굴에 나섰다.

팝업 예능까지 만드는 현대百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현대백화점이 제작에 참여한 KBS 예능 프로그램 '팝업상륙작전'이 방송된다. 현대백화점이 정규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일본·홍콩·뉴질랜드 등에 있는 유명 맛집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그 맛집을 더현대서울 지하 1층 식품관에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들여오는 방식이다. 특히 한국에 한 번도 진출한 적 없는 브랜드를 중점적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에 제작에 참여한 예능 프로그램 '팝업상륙작전' 촬영 장면.
현대백화점에 제작에 참여한 예능 프로그램 '팝업상륙작전' 촬영 장면.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백화점 식음료(F&B) 바이어들과 더현대서울 유명 맛집 1인 샤부샤부 전문점 '강호연파' 등을 기획한 외식벤처기업 FG의 이경원 대표가 이끌었다. 김병한 현대백화점 F&B팀 팀장은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경험과 해외의 다양하고 색다른 미식 콘텐츠를 더 많은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이번 협업을 기획했다"며 "팝업의 글로벌화를 통해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오프라인 리테일의 가치를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작년 팝업만으로 수백억원 벌어

현대백화점이 팝업 기획에 힘을 주는 건 팝업이 본 매장 못지않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더현대서울은 팝업스토어만으로 550억원의 매출을 냈다. 올해 1~4월엔 매출 200억원을 기록해 작년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집객 효과도 확실하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내 매장은 원래 연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팝업스토어는 짧으면 2주, 길어도 한 달마다 콘셉트를 수시로 바꿀 수가 있어서 소비자에게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백화점과 쇼핑몰에선 '팝업 전성시대'란 말이 나올 만큼 경쟁적으로 팝업이 열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더현대서울은 팝업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곳이다. 애초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팝업을 염두에 두고, 지하 2층에 널찍한 전용 공간을 만들었다. 이런 색다른 접근 덕분에 더현대서울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팝업 성지'가 됐다.

글로벌 기업들도 현대백화점을 팝업 기획력을 보고 찾아오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 알리페이는 최근 현대백화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더현대서울에서 알리페이가 공식 후원하는 '유로 2024' 팝업을 열고 있다. 일본 파르코, 태국 시암피왓도 현지 매장을 현대백화점에 내주고, K콘텐츠 팝업을 기획하도록 맡겼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