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고 있나"…푸틴, 다음주 초 24년 만에 방북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주 초 방북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되면 북한은 '북러 연대'를 더 공고히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중국의 반응을 살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NHK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다음주 초반 북한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 곧 공식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NHK는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방북한다면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방문 초청을 수락했다.

북한도 푸틴 대통령 맞이 준비에 들어갔다. 이날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지난 6일부터 10일 사이 평양국제비행장의 에이프런(계류장)에서 고려항공 여객기들이 사라졌고, 11일에도 여객기들이 공항 구석에 주차돼 있었다고 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보도했다. NK뉴스는 이 같은 움직임이 "푸틴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대규모 공간을 마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과거 각국 정상들이 방북할 때마다 평양비행장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또 이날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최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 새로운 대형 구조물이 설치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는데, 이 역시 푸틴의 방북 행사와 관련한 움직임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 입장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와의 연대를 과시하면서 경색된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려는 목적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을 기념해 다롄 지역에 만든 '발자국 동판'을 철거하며 북한과의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역시 지난달 한일중 정상회의 당시 3국 공동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거론되자 담화를 통해 반발하며 중국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반면 다음주 서울에서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9년 만에 열릴 예정이어서 한중 관계는 개선되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러시아와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밀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게 한정돼 있다"며 "다만 북한 입장에서는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과시하면서 자신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 중국을 향해 우회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중간자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한미일에 맞선 북중러 연대를 중시한다는 입장이지만, 한러관계 등에도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외교 당국자들은 최근 '한러관계 개선'을 의미하는 시그널을 잇따라 보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 “분쟁 지역에 대해 한국이 어떠한 무기도 공급하지 않고 있다"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고,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도 지난 10일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 정부와 러시아 정부 간 서로 넘어서는 안될 '선'을 규정하는 일종의 암묵접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도 한미일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의 아주 심화된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북한과 우호 관계에 놓인 만큼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된 것만으로도 양국에 의미가 있어 이를 단순 '보여주기식 만남'으로 해석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