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9% 수익률…투자 고수가 75%까지 담은 유망 채권은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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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 대신증권 청담WM센터장. /이시은 기자
이영환 대신증권 청담WM센터장. /이시은 기자
“국채 수익률이 적다고 생각하는데 편견입니다. 10억원을 미 국채에 투자한 고객이 반년 만에 7000만원의 평가이익을 얻었습니다. 연 4%대 고정적 이자 수익은 별도고요.”

이영환 대신증권 청담WM센터장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 국채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며 “당장 현금성 자산의 75%를 투자해도 과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신증권 전국 지점 중 가장 많은 국채를 관리하는 채권 투자 전문가다. 12년간 대신증권 ‘금융주치의(최우수 프라이빗뱅커)를 놓치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매력 커진 美 장기물 '알채권' 투자

그가 75%라는 파격적인 비율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작년 좋은 수익을 안겨준 미국 주식시장에서 이상을 감지하면서다. 이 센터장은 “인공지능(AI)에 몰린 자금이 다른 영역으로 흐르지 못하고 과열됐다”며 “주요 지수의 ‘상고하저’ 가능성과 함께 금리 인하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장세일수록 채권 투자의 매력은 빛난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높은 시장금리가 꼬박꼬박 이자수익을 안겨주고, 금리가 인하되면 그만큼 자본 차익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망한 투자 방식은 미 20년물, 30년물 장기 국채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꼽았다. 펀드 형태를 경유하지 않기에 소위 ‘알채권 투자’로 불리는 방식이다. 그는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4.5%대로 고점이고, 지난달부터 하락 추세”라며 “장기채에 투자할수록 ‘듀레이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듀레이션은 투자금의 평균 회수 기간을 뜻하는데, 통상 듀레이션 값이 크면 채권 가격은 더 크게 변한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역관계도 맺고 있다. 장기채의 경우 금리가 떨어졌을 때 단기채보다 채권 가격이 훨씬 크게 오르는 셈이다. 그는 “작년 말 1억원을 미 국채 30년물에 투자했다면 700만원의 평가이익을 얻었다”며 “4%대로 지급되는 연간 이자를 2%로 치환하면, 채권으로도 반년 만에 10% 가까운 수익률을 낸 것”이라고 했다. 적정 수익이 났다 싶으면 처분 후 다시 매수하는 경험도 갖추라고 했다.

현금성 자산에 여유가 있다면 브라질 국채도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고 했다. 전날 브라질 국채 10년물 금리는 12.05%를 기록했다. 언뜻 보면 매력적이지만, 브라질 헤알화는 불안전한 통화 가치로 국내 투자자에게 환평가 손실을 입혔던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 센터장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 중이고, 수출 실적이 좋아 경기가 꺾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브라질은 외국인 국채 투자자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점”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브라질 국채는 고액 자산가들이 추가 수익을 노리는 용도”라며 “가진 현금성 자산의 10% 미만 비중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만원도 투자 가능…환율 리스크는 주의"

이영환 대신증권 청담WM센터장.
이영환 대신증권 청담WM센터장.
이 센터장은 개인 투자자들을 향해 “채권에 자신감이 없다면 ‘순수한 투자’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채권보다 국채 투자에 집중해 지식을 쌓으라는 의미다.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자주 찾는 ‘아이셰어즈 미 국채 20년물 이상 엔화 헤지’ ETF나 개별 회사채에도 되도록 눈을 돌리지 말 것을 권했다. 그는 “환이 여러 개 섞이는 등 변수가 많아지면 리스크는 그만큼 상승한다”며 “국가가 보장하는 ‘위대한 약속’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소액으로나마 직접 투자를 해보라고도 조언했다. 그는 “1억원 이상은 있어야 국채 투자가 가능하단 것은 옛말”이라며 “미 국채는 증권사가 도매상처럼 채권을 구해와 분할해서 팔고 있는데, 10만원 또는 100만원대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한 지점 창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하면 자연스럽게 채권 필수 개념을 익힐 수 있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채권의 시장금리(채권이 현재 적용받는 금리)와 액면금리(채권이 발행 시 갖는 금리)가 다르다는 점도 모르는 투자자들이 상당수”라며 “채권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장기채 투자 시 금리가 요동쳐도 불안감이 적다”고 했다.

환율과 채권의 관계에 대해 이해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가 꼽는 해외 채권 투자의 유일한 리스크다. 미 국채 직접 투자는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오르면 환차손에 그대로 노출된다. 그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1370원대에 이르렀고 변동성 역시 커진 상황”이라며 “지금으로선 강달러 기조가 깨지기 어렵지만, 환율 추이와 환차손 정도를 꾸준히 확인해 매도 시기를 가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