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 ‘2024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한 지난 26일, 도서전이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D홀 한가운데에 긴 줄이 늘어섰다. 도서전 메인 행사 중 하나인 김연수 소설가와 강혜숙 그림책 작가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사전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된 이 강연의 현장 좌석을 잡으려고 수십 명이 줄을 섰다. 이날 100여 석 넘게 마련된 좌석이 모자라 일부는 서서 이야기를 들었다. 김 소설가는 “이렇게 줄이 길고 붐비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직 많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각자의 ‘후이늠’은 어디에이날 강연 주제는 ‘후이늠’. 올해 도서전의 주제이기도 하다. 후이늠은 영국계 아일랜드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1726)에서 주인공 걸리버가 네 번째로 도착한 여행지. 1909년 육당 최남선이 처음 우리말로 번역한 이 책은 당시 전체 4부 중 소인국과 대인국이 나오는 1·2부만 소개됐다. 김 소설가는 옛 한글의 맛을 살려 최남선 번역본을 개정하고, 3·4부 라퓨타(날아다니는 섬)와 후이늠에 관한 내용을 추가해 <걸리버 유람기>를 출간했다. 강 작가가 삽화를 그렸다.후이늠은 지혜로운 말(馬)이 지배하는 나라다. 말은 인간과 달리 거짓말을 하지 않고 완벽한 이성으로 판단한다. 무지와 오만, 욕망, 비참, 전쟁, 갈등 등이 없는 일종의 유토피아다. 김 소설가는 이날 강연에서 “후이늠은 우리가 지금 처한 모순적인 상황과 비이성적인 일들이 해결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며 “이 책을 통해 각자의 후이늠에 대해 생각해보고 토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저마다
“과연 인공지능(AI)이 인간처럼 시를 쓸 수 있을까요.”서울국제도서전 개막일이던 지난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C홀 한쪽에서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의 사회로 시작한 강연. AI와 창작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두 작가가 관객 50여 명과 대담을 나눴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미디어 아티스트 권병준과 예술사회학자이자 시인인 심보선이다.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두 작가는 모두 자신의 예술에 AI를 결합하는 실험을 해왔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녔다. 이날 서울국제도서전이 ‘인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AI 시대의 예술’을 주제로 연 강연에 두 사람을 선정한 이유다. 권병준은 AI와 로봇을 결합한 설치작품을 내놓으며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의 주인공이 됐다. 심보선은 AI를 활용해 텍스트 생산 연구를 오랜 기간 이어오고 있다.두 사람은 먼저 ‘AI가 인간처럼 창작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 각자의 생각을 내놨다. 고개를 끄덕인 뒤 “AI는 모사의 달인”이라고 입을 뗀 권병준. 그는 “이제 AI가 하는 작업과 비슷한 작업을 하는 사람을 더 이상 예술가로 치부하지 못하게 됐다”며 “웬만한 퀄리티의 작품은 데이터베이스를 거쳐 공식을 이용해 뽑아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심보선은 다른 시각을 들려줬다. 챗GPT로 시를 번역해본 일화를 예로 들었다. 한충자 시인의 ‘무식한 시인’을 영어로 번역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70대에 한글을 배운 한 시인이 쓴 구절을 AI는 완벽히 번역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경험을 토대로 그는 AI가 완벽하게 인간이 생산하는 것과 똑같은 작품을 만
지난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시나리오 작가 정서경의 사인회가 열리는 부스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정 작가는 영화 ‘헤어질 결심’과 ‘아가씨’ 등 굵직한 작품의 극본을 썼다. 그가 최근 출간한 <나의 첫 시나리오>에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이 몰렸다. 출판사 돌고래 관계자는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사람이 몰려 100명 한정으로 이뤄진 사인회가 금방 마감됐다”고 말했다.유명 작가와 직접 만나고 싶다면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도서전을 찾아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29일 ‘사라져가는 아름다움, 생태적 감수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사인회를 연다. 그가 최근 펴낸 <365일, 최재천의 오늘>은 도서전 신간 발표 도서 ‘여름, 첫 책’ 선정작 중 하나다. 그 밖에 김진명, 최진영, 황모과 등 소설가가 주말 동안 도서전을 방문한다.시인과 그림책 작가도 있다. 나태주 시인은 지난해 말 시집 <별의 길>을 낸 코미디언 양세형과 30일 시의 무한한 가능성을 놓고 북토크를 한다. 안희연 시인 등도 온다. 그림책 작가 김지민, 이명애, 이수지, 황선미 등을 도서전에서 만날 수 있다.신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