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세사기 무서워요"…국토부, 전세보증보험 개선책 내놨다
빌라(다세대·연립) 시장의 역전세난 우려가 다소나마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으로 감정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청약통장 월납입금 인정 한도는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대폭 상향된다.

국토교통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민생토론회 후속 규제개선 조치’를 발표했다. 빌라 등 비(非)아파트의 전세금반환·임대보증금 보증가입 기준에서 ‘126% 룰’은 유지하되, 예외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인정 감정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게 눈에 띈다.

126% 룰이란 공시가격의 126%까지만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규제다. 작년 5월부터 가입 요건이 공시가의 150%에서 126%로 강화됐다. 일부 세력이 HUG 보증을 활용해 전셋값을 띄운 뒤 무자본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에 나선 게 전세사기 사태를 키우는데 한몫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126%룰이 도입된 이후 임대인들이 가구당 수천만원 상당의 ‘강제 역전세’에 내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수요자들은 보증보험에 가입된 ‘안전한 물건’만 찾는데, 보증 기준이 강화된 만큼 집주인 입장에선 전셋값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빌라 공시가 자체도 내려가면서 역전세난이 더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에 빌라 임대인이 공시가격에 대해 이의를 신청하고 HUG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HUG가 직접 의뢰한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감정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보증 가입시점의 공시가가 해당 주택가격의 시세변동 등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HUG 인정 감정가를 사용할 수 있다.

통상 공시가는 시세에 훨씬 못 미친다. 따라서 감정가를 활용하게 되면 HUG 보증보험 가입 가능 액수도 상향될 전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역세권 신축 빌라 위주로 전세금반환보증 가입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며 “비아파트 월세화의 가속화와 아파트로의 임차 쏠림이 일부 개선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빌라 집주인들의 모든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건 아닌 만큼, 이 제도 변화가 실제 시장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HUG는 입찰을 통해 다음달 하순께 5개 내외의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 법인들은 연간 최대 2만~3만가구로 예상되는 이의신청 물량의 예비감정과 본감정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청약제도도 개편된다. 1983년부터 4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청약통장 월 납입금 10만원 인정 한도가 25만원으로 오른다. 지금까진 매달 10만원 넘게 청약통장에 입금을 하더라도, 공공분양 등에서 활용되는 월 납입금은 10만원까지만 인정된다. 국토부 측은 “그동안 가구소득 상승, 소득공제 한도 등을 고려해 월 25만원으로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청약통장의 경우 300만원 한도 안에서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매월 25만원씩 저축하면 그만큼 세금 혜택도 늘어날 전망이다. 공공청약 당첨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국민주택 청약에선 납입금액도 따져보기 때문이다.

청약예·부금과 청약저축 등 민영주택이나 공공주택 중 하나만 청약할 수 있는 종전의 입주자저축을 모든 유형의 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하는 것도 허용된다. 전환 시 종전 통장의 기존 납입 실적들은 그대로 인정된다.

정수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만능 통장’으로 갈아타지 않은 사람이 140만명 있다”며 “종합저축으로 전환하면 소득공제나 비과세 혜택도 있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분양 뉴홈 나눔형 물량을 분양받은 뒤 주택을 처분할 때, 사인간 거래를 허용하는 내용도 이날 발표됐다. 현재는 공공환매만 가능하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