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입은 아이폰…부품주 급등
애플과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아이폰이 공개되면서 신형 아이폰으로의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1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애플의 주가는 7.26% 상승한 207.1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애플은 본사에서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열고 자체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다. 공개 당일 애플의 주가는 1.91% 하락했지만, 하루 만에 반등하며 시장의 우려감을 불식시키는데 성공했다.

애플의 새로운 AI 기능이 아이폰 교체 수요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가 아이폰15 시리즈 이상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하 라인업에는 AI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예년보다 제품 교체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애플의 AI는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새로 구매하게 만들어 기기 교체 주기를 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AI가 아이폰 슈퍼사이클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폰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쏟아지자 아이폰 부품주도 강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LG이노텍의 주가는 9.39% 오른 25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이노텍은 아이폰의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회사다. 전체 매출 중 약 80%가 애플에서 나오는 만큼 아이폰 판매 전망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아이폰 관련주로 분류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이 애플 빅사이클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을 각각 1조1000억원, 1조2500억원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보다 18.1%, 23.9% 상향된 수치다. 목표주가는 30만원에서 34만원으로 높여잡았다.

중소형 아이폰 부품주도 강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아이티엠반도체와 비에이치, 덕산네오룩스의 주가는 차례대로 12.22%, 7.23%, 6.21% 올랐다. 아이티엠반도체는 배터리 보호회로를 애플에 공급한다. 비에이치는 아이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활용되는 연성회로기판을, 덕산네오룩스는 OLED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OLED 업종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애플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초 출시한 아이패드 프로 2종(11·13인치)에 OLED를 적용했다. 아이폰에만 적용됐던 OLED 패널이 처음으로 태블릿에도 적용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패드용 OLED 패널을 전량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애플에서 발생한 매출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2027년부터는 맥북에도 OLED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OLED 시장은 지금보다 확장될 공산이 크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이며 디바이스AI 영역에서 뒤쳐지지 않고 있음을 증명했다"며 "향후 중형 OLED와 폴더블 아이폰 모멘텀도 주목할만하다"고 말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