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치료 받은 환자와 받지 않은 환자의 주사치료 횟수
방사선 치료 받은 환자와 받지 않은 환자의 주사치료 횟수
고용량의 방사선을 특정 부위에만 정교하게 쏘는 정위방사선(SRT) 치료를 습성 황반변성 치료에 활용하면 도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안구 주사를 주로 활용하는 망막질환 치료 분야에 한 획을 긋는 연구(landmark trial)라는 평가가 나왔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영국 킹스칼리지병원 연구진은 습성 황반변성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를 하면 주사 치료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란셋에 공개했다.

노인성 황반변성으로 분류되는 습성 황반변성은 망막 아래에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이 생기는 질환이다. 신생 혈관이 쉽게 파열돼 황반부종, 실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습성 황반변성 환자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혈관내피세포증식인자(VGEF)가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주사를 안구에 맞는다. 안구에 주사를 맞는다는 부담이 큰 데다 비싼 약값이 한계로 꼽혔다.

연구팀은 2015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27일까지 영국 30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41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274명에겐 16그레이(Gy)의 정위방사선 치료를 한차례 진행하고 137명은 가짜 방사선치료를 했다. 이들 중 96주간 추적 관찰을 완료한 치료군 241명과 대조군 118명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방사선 치료군은 2년 동안 평균 10.7회 라니비주맙(상품명 루센티스) 치료를 받았지만 대조군은 13.3회 라니비주맙 치료를 받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방사선 치료를 한 지 한달이 지난 시점부터 방사선 치료군의 주사 횟수는 줄기 시작했다. 추가 보정 등을 거쳐 방사선 치료를 하면 주사 횟수가 22% 정도 줄었다는 것을 입증했다.

세계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는 1억96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인구 고령화로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초기엔 치료가 잘 되지만 증상이 진행하면 라니비주맙 등 주사치료를 받아도 황반에 체액이 쌓여 1~3개월마다 주사를 맞아야 한다.

영국에선 1회 주사 비용이 500~800파운드(약 87만~140만원) 정도다. 국내에서도 1회 주사치료에 1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연구팀은 1㎜ 미만 크기의 황반 병변만 정교하게 표적하는 정위방사선 치료 시스템을 개발해 이번 연구에 활용했다. 이를 이용하면 주사 투여 횟수를 줄여줘 2년 간 565파운드(100만원)의 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은 세계적으로 연간 180만건의 주사 치료를 줄일 수 있어 3억6000만파운드(6314억원)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티모시 잭슨 킹스칼리지병원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 치료에 맞게 만들어진 방사선 로봇 시스템은 눈 뒤쪽에 작은 병변을 치료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다"며 "새 치료법으로 주사 횟수를 4분의 1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