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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삼쩜삼 상장 실패가 자기 '트로피'라는 세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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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서울 세무사회 '내 덕' 공방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악영향

    김주완 테크&사이언스부 기자
    [취재수첩] 삼쩜삼 상장 실패가 자기 '트로피'라는 세무사회
    “감사장을 반환했어요. 서울지방세무사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도 검토 중입니다.”

    세무 전문가인 A 교수는 지난 10일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지방세무사회는 이날 열린 제31회 정기총회에서 A 교수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세금 환급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의 코스닥시장 상장을 저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A 교수는 자신이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전 전문가 회의에서 세무 전문가로서 삼쩜삼 서비스에 관해 설명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삼쩜삼은 올 3월 한국거래소의 시장위원회 심사에서 최종 미승인 결정을 받았다.

    그동안 자비스앤빌런즈의 주적은 한국세무사회였다. 2021년 삼쩜삼이 불법 세무 대리 서비스라며 경찰에 고발한 것도 한국세무사회다. 이 단체는 최근 자비스앤빌런즈의 상장 실패를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자료를 배포했다. “자비스앤빌런즈의 코스닥시장 상장 신청 이후 거래소에 여러 차례 건의서와 소명 자료를 제출했다”는 게 자료의 골자였다.

    그러자 서울지방세무사회가 견제를 시작했다. 이 단체는 A 교수가 직접 나서서 자비스앤빌런즈의 상장을 저지할 수 있었다며 감사장을 수여했다. 관련 업계에선 한국세무사회의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과거 두 단체의 집행부는 세무사회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한 전력이 있다.

    스타트업 사이에서 유망 기업의 상장 실패가 관련 단체에 ‘트로피’가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쩜삼은 국세청 홈택스를 활용해 이용자의 세금 환급을 도와주는 서비스다. 출시 3년10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 2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혁신성과 사업성을 인정받아 정부의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쩜삼은 세무사회의 고소·고발에도 무혐의를 받은 회사지만 직역 단체의 전방위 압박은 뚫어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거래소는 세무사회의 압박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이 무료 세금 환급 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이면 삼쩜삼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설명의 전부였다.

    서울지방세무사회가 A 교수에게 감사장을 준 과정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거래소의 상장 심사에서 관련 회의 참석자들은 전문가 의견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기 때문이다.

    자비스앤빌런즈의 상장 실패와 뒤이어 벌어진 세무 단체들의 ‘내 덕’ 공방은 곱씹어볼 대목이 많다.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밥그릇 지키기’를 당당히 성과로 포장하는 직역 단체들이 큰 목소리를 내는 나라에선 혁신 스타트업이 탄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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