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2대 원구성 문제로 난항을 겪는 와중에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문제가 다분한 법안을 무더기로 발의하고 있다. 논란의 ‘채상병 특검법’이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미 폐기된 ‘양곡법’ 같은 법안을 살려낸 것만이 아니다. 개원에 맞춰 쏟아낸 법안 중에는 ‘시행령(대통령령) 수정·변경 요청권’을 국회가 갖겠다는 것도 있다. 민형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의 시행령 예고안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아가 상임위는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고, 이 요청을 받은 중앙행정기관은 처리 결과를 바로 해당 상임위에 보고하라는 조항까지 담고 있다.

이런 법안은 삼권 분립의 민주 가치를 부인하고 대한민국의 행정체계를 흔드는 위험한 시도다. 대통령이 중심인 행정부의 각종 정책과 국정은 시행령과 그 아래의 시행규칙(부령)에 의거한다. 이를 국회가 사전 보고받고 내용 변경 요구까지 하면 입법부 절대 우위가 될 위험성이 크고, 위헌 소지도 다분하다. ‘시행령의 상위법 취지 왜곡’이 이따금 빚어지면서 논란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개선해야 할, 불완전한 오류 행정일 뿐이다. 잘못된 시행령의 견제라면 헌법재판소와 행정법원 같은 사법부도 있다. 정부 내에는 법제처가 심사도 한다. 입법부 견제 장치로는 정기 국정감사 외에 국정조사권도 있다.

이런 권력 분립의 틀을 깨고 상시로 모든 시행령의 사전 통제권까지 가지면 국회가 행정권까지 실질적으로 장악하게 된다. 앞서 ‘판검사 처벌법’ 발의 의지까지 보인 터여서 야당의 거침없는 행보가 더욱 우려된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시간을 최장 330일에서 75일로 줄이자는 것이다. 가뜩이나 날림 법 양산 통로로 비판받아 온 이 규정을 개악해 문제의 법안을 속속 처리하겠다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역시 거대 야당의 독주 전략으로 비친다. 민주당은 나중에 행정부 권력을 잡았을 때도 시행령 통제권을 국회에 주자고 할 텐가. 스스로 소수당이 됐을 때도 패스트트랙을 더 줄여 속전속결로 법을 만들자고 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