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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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등으로 고통받는 중증질환자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한 의사들을 고소·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식도암을 앓고 있는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12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서울대 의대 교수진은 환자 생명과 불법 전공의 처벌 불가 요구 중 어느 것을 우선하느냐”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사직 전공의 처벌 취소 등을 요구하면서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2일 김 회장은 “환우들이 왜 의료법을 위반하고 진료를 거부하는 의사를 고소, 고발하지 않냐고 전화하고 있다”며 “이를 검토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조차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환자 피해가 이어진다면 다른 해법을 강구하겠다는 취지다.

중증질환연합회는 폐암, 췌장암, 다발성골수종, 중증 아토피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변인영 한국췌장암환우회장은 “(의사들이) 4기 암 환자를 호스피스로 내몰고 항암과 수술을 연기했다”고 했다.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회장도 휠체어를 타고 현장에 나왔다. 그는 “의사들의 조직폭력배 같은 행동을 보고 죽을 때 죽더라도 학문과 도덕, 상식이 무너진 사회 엘리트로 존재했던 의사 집단에 의지하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비판했다.

이날 병원 근로자 등으로 구성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국민건강보험공단노동조합도 의사의 집단행동 철회를 요청했다. 노조는 “병원 경영난 피해가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의사들만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환자와 병원 동료의 호소에도 의사들의 집단행동 참여 선언은 이어졌다.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의 교수들이 속한 연세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대한의사협회 집단휴진에 동참한 뒤에도 정부 조치가 없으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에 이어 두 번째 무기한 휴진 선언이다.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교수 등으로 구성된 가톨릭의대교수비대위도 18일 하루 휴진한 뒤 27일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무기한 휴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집단행동을 막기 위한 물밑 협상을 이어갔다. 12일 수련병원 기조실장 등과 비대면 미팅을 하고 전공의 복귀 방안을 논의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