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어났다. 주택 거래가 증가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올해 초 반짝 감소한 가계대출 규모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금융당국은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하반기 신생아특례대출 대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금리 인하까지 맞물리면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요 시중은행 임원들을 긴급 소집해 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주담대 몰린 영끌족…가계빚 최대폭 증가

○주담대 5조6000억원 증가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원 증가했다. 작년 10월 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상호금융 및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가계대출은 소폭 감소하면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5조4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과 3월 각각 1조9000억원, 4조9000억원 감소했지만 4월 4조1000억원 증가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건 주담대다. 지난달 전 금융권 주담대는 5조6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직전 달(4조1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커졌다. 주담대는 은행권에서 대폭 늘었다. 은행권 주담대 증가폭은 4월 4조5000억원에서 지난달 5조7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은행권 주담대가 폭증한 것은 올해 들어 주택 매매가 활발해지고 전세 거래량이 증가한 영향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국 주택 거래량은 올 1월 4만3000가구에서 4월 5만8000가구로 34.9%가량 늘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가 지속되고, 대환 경쟁 압력 등에 따라 연 3%대 후반의 대출금리가 유지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책성 저리 대출인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대출이 늘어난 영향도 컸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이자가 상대적으로 싼 정책대출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디딤돌·버팀목 대출 증가폭은 작년 3월 3000억원에서 4월 2조8000억원, 지난달 3조8000억원으로 10배 넘게 늘었다. 연초에는 디딤돌·버팀목 대출이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집행돼 가계대출 통계에 잘 반영되지 않지만,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은행 재원으로 집행되면서 통계에 잡히는 영향도 있다.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지난달 2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은행권 증가폭은 줄어들었다. 2금융권에선 6000억원가량 감소했다. 2금융권에서 기타대출과 주담대를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은 총 7000억원 줄었다.

○금융사에 ‘대출 관리’ 주문

가계대출이 두 달째 증가세를 유지하자 금융당국은 ‘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연말 기준금리 인하까지 겹치면 가계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폭증할 수 있어서다. 최저 연 1%대 금리인 신생아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부부 합산 소득요건이 기존 1억3000만원에서 하반기에는 2억원으로 늘어나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위는 이날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5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임원을 소집해 가계부채 점검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대출이 나가지 않도록 관리하라고 은행권에 주문했다. 권 사무처장은 “차주의 상환 능력을 감안한 대출이 일선 현장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