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늑장 심사에…세계 첫 韓 헬스케어 기술, 中·日에 추월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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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케어 '손목형 연속측정혈압계'
의료기기 승인 9개월 지났지만
회의 한번 하고 6개월째 '감감'
中·日에 최초 출시 뺏길 수도
의료기기 승인 9개월 지났지만
회의 한번 하고 6개월째 '감감'
中·日에 최초 출시 뺏길 수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늑장 심사에 국내 헬스케어 기업이 개발한 혁신 기술이 일본, 중국 등 경쟁업체들에 추월당할 위기에 놓였다. 해외에서도 혁신 제품으로 극찬받던 손목형 24시간 혈압감시기의 건강보험 적용 결정을 9개월째 미루고 있어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참케어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손목 커프형 24시간 혈압감시기 개발에 성공했다. 24시간 혈압감시기는 24시간 혈압 측정이 가능한 기기다. 대한고혈압학회 등이 정확한 고혈압 진단을 위해 권고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24시간 혈압측정검사를 받는 환자는 2022년 기준 전체 고혈압 환자의 1%에 불과하다. 기존 24시간 혈압감시기 사용이 불편해서다. 팔뚝에 커프를 차고 허리춤엔 측정기기를 달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참케어는 커프와 측정기를 일체화한 기술로 이런 불편을 없앴다. 2023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CES)에서는 혁신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9월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판매 허가를 받았다. 의료 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 심평원에 보험 등재를 신청했지만 발목이 잡혔다. 심평원은 팔이 아니라 손목에서 혈압을 재는 것이어서 ‘기존 보험 적용 기술’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참케어는 지난해 12월 이의 신청을 냈다. 손목형 혈압계는 국내외에서 20년 전부터 권장되던 혈압 측정 방법이어서다. 심평원이 원래 심장 전극을 부착해 측정하는 심전도 기기에 대해 손끝, 손목 측정 방식을 인정한 사례도 있어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심평원은 한 차례 소위원회를 열고 난 뒤 전문평가위원회로 심의가 넘어갔다고 통보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수렴 절차가 길어지면서 심사가 지연됐다”며 “곧 전문가평가위원회를 열고 심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동화 참케어 대표는 “현재 우리와 비슷한 제품을 개발 중인 중국과 일본 업체들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세계 최초로 기술을 개발한 우리가 출시가 늦어 ‘선점효과’를 빼앗길 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이미 파트너십을 맺은 상황인데 심평원 결정을 두고 ‘이상하다’는 반응”이라며 “국내 출시가 어렵다면 지분 매각을 통해 기술을 이전하라는 제의까지 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모호한 평가 기준에 기업이 피해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루트로닉의 ‘알젠’도 레이저 기술을 이용한 ‘황반변성’ 치료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임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에서는 판매 허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호주 업체에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겼다.
국내 첫 디지털치료제 역시 혁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으며 출시가 늦어졌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국내 1호 불면증 디지털치료제인 ‘솜즈’에 이중 임상을 요구하면서 심사 기간이 길어졌다. 결국 식약처 허가를 받은지 11개월 만에 겨우 출시가 가능해졌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12일 업계에 따르면 참케어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손목 커프형 24시간 혈압감시기 개발에 성공했다. 24시간 혈압감시기는 24시간 혈압 측정이 가능한 기기다. 대한고혈압학회 등이 정확한 고혈압 진단을 위해 권고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24시간 혈압측정검사를 받는 환자는 2022년 기준 전체 고혈압 환자의 1%에 불과하다. 기존 24시간 혈압감시기 사용이 불편해서다. 팔뚝에 커프를 차고 허리춤엔 측정기기를 달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참케어는 커프와 측정기를 일체화한 기술로 이런 불편을 없앴다. 2023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CES)에서는 혁신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9월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판매 허가를 받았다. 의료 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 심평원에 보험 등재를 신청했지만 발목이 잡혔다. 심평원은 팔이 아니라 손목에서 혈압을 재는 것이어서 ‘기존 보험 적용 기술’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참케어는 지난해 12월 이의 신청을 냈다. 손목형 혈압계는 국내외에서 20년 전부터 권장되던 혈압 측정 방법이어서다. 심평원이 원래 심장 전극을 부착해 측정하는 심전도 기기에 대해 손끝, 손목 측정 방식을 인정한 사례도 있어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심평원은 한 차례 소위원회를 열고 난 뒤 전문평가위원회로 심의가 넘어갔다고 통보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수렴 절차가 길어지면서 심사가 지연됐다”며 “곧 전문가평가위원회를 열고 심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동화 참케어 대표는 “현재 우리와 비슷한 제품을 개발 중인 중국과 일본 업체들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세계 최초로 기술을 개발한 우리가 출시가 늦어 ‘선점효과’를 빼앗길 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이미 파트너십을 맺은 상황인데 심평원 결정을 두고 ‘이상하다’는 반응”이라며 “국내 출시가 어렵다면 지분 매각을 통해 기술을 이전하라는 제의까지 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모호한 평가 기준에 기업이 피해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루트로닉의 ‘알젠’도 레이저 기술을 이용한 ‘황반변성’ 치료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임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에서는 판매 허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호주 업체에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겼다.
국내 첫 디지털치료제 역시 혁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으며 출시가 늦어졌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국내 1호 불면증 디지털치료제인 ‘솜즈’에 이중 임상을 요구하면서 심사 기간이 길어졌다. 결국 식약처 허가를 받은지 11개월 만에 겨우 출시가 가능해졌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