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결과·전망' 화상간담회…"방위력 강화, 한국에 기회 요소"
주EU 대사 "유럽, 자국이익 보호 커질듯…진입장벽 대비해야"
유럽의회 선거 결과 극우 세력이 약진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경제안보 분야에서 새로운 '진입장벽'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유정현 주벨기에·EU 대사는 11일(현지시간) 이번 유럽선거 결과와 관련, 연합뉴스 등을 대상으로 한 화상 간담회에서 "중도세력의 안정적인 다수 확보와 우파 약진으로 보수 색채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히 경제안보 분야와 관련 "우리(기업)로서는 유럽의 자체 역량 강화를 위한 진입장벽 설정 가능성에 대비하는 한편 공급망 다변화 등 (EU의) 경제안보 정책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끝난 유럽의회 선거 잠정 결과 중도 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 주도의 '친EU 대연정'이 과반을 유지했지만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하면서 차기 EU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우향우' 기조가 가시화하더라도 한국에 직접적이거나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간담회에 배석한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EU가) 오히려 인도·태평양 국가들과는 협력을 더 높여가고 우방으로서 같이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결과물을 찾아야 한다는 쪽"이라며 "좀 많이 우파적인 파트(세력)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론이 극단화되는 흐름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산업·통상정책 중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한 분야로는 공급망실사지침이 꼽혔다.

이 지침은 기업의 환경, 인권 책임을 강화하고 규정 위반 시 과징금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최근 입법 절차가 마무리돼 곧 EU 관보에 게재된다.

27개 회원국은 향후 2년간 이 지침을 가이드라인 삼아 국내법을 마련하게 되며 2026년 하반기께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역내외 기업에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대사관 관계자는 "공급망실사지침은 산업과 기업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차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회원국별 국내법 기준이 다르면 수출기업에 혼란이 있을 수 있어 각국이 최대한 유사한 기준으로 국내법을 제정하도록 정부와 기업이 함께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안보 분야와 관련해서는 자체 방위역량을 강화하려는 EU의 향후 움직임이 한국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주나토대표부 대사도 겸임하는 유 대사는 "방위역량과 생산력이 이른 시일 내 갑자기 높아질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EU와 나토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가까운 파트너 국가, 즉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태 파트너국(IP4)과 우선 협력해나가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로서는 이런 부분이 어려움이자 기회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작년 한·EU 정상회담을 계기로 차관급 외교전략대화가 장관급으로 격상된 점을 언급하며 "EU와 안보 협력 방안을 지속 모색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새로 구성되는 유럽의회, EU 지도부와 한반도 현안과 관련해 한국 입장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협력관계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유럽 내 북한 동향도 언급됐다.

대사관 관계자는 "(유럽의회내) 한반도관계대표단 차원에서 한국과 굉장히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고 북한과도 계속 대화채널을 유지하려고 시도한다는 건 우리측에도 공유가 돼 있다"며 "하지만 북한 측 반응이 요즘 굉장히 소극적"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북한에 공관을 개설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다는 얘기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