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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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관리 등 전문성이 높은 일자리에 종사하던 청년 근로자들이 나이가 들면 저숙련·저임금의 단순노동직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중장년층이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 따른 높은 임금 탓에 이들 인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3일 ‘직무분석을 통해 살펴본 중장년 노동시장의 현황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50세 이후 기존 일자리를 떠나게 될 경우 기존 직업과 매우 다른 일자리로 재취업할 확률이 높아졌다. 나이가 어릴수록 연구·관리직 등 분석직무와 사회복지 등 사회직무를 수행하는 일자리에 많이 고용돼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동차 정비원 등 반복직무나 운전기사 등 육제노동을 많이 하는 신체직무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저출산으로 청년층 취업자가 빠르게 감소하는 가운데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중장년 인력의 활용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KDI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3년) 25~54세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9.3%에서 80%로 0.7%포인트 오른 반면 5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0.9%에서 53.8%로 2.9%포인트 뛰었다.

중장년층 인력이 이처럼 양적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고용의 질은 좋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KDI가 20~75세 남성 취업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상대적으로 고연봉인 분석직무는 30대 취업자에서 가장 높았는데 50대 이후에는 감소폭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취업자의 경우 연령에 따른 직무 변화는 다소 제한적이었다.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일찌감치 반영되며 중년 이후에는 남성에 비해 직무 구성 변화를 덜 겪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연령에 따라 직무 차이가 나는 1차적 이유는 실직, 퇴직 등에 따른 이직이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50세 이후에 기존 일자리를 떠나게 될 경우 기존 직업과 매우 다른 직무 구성을 가지고 있는 일자리로 재취업할 확률이 높다"며 "분석, 사회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일자리에 채용되지 못하는 중장년층 근로자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KDI는 중장년 인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직기간에 따라 늘어나는 연봉 구조가 지속될 경우 생산성 대비 비용이 높은 중장년 인력을 기업이 활용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재직기간보다는 직무 내용과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를 확대 도입해 직무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장년층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계적인 정년 연장보다는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경우 저성과자에 대한 고용 조정의 여지와 함께 임금 조정을 감수하고 근속을 원하는 퇴직자의 숙련된 업무능력을 활용할 기회가 고용주에게 제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