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염색체에 생긴 돌연변이 때문에 근육의 힘이 빠져 점점 움직이는 것이 어려워지고 심근에도 이상이 생기는 듀시엔 근이영양증(DMD) 치료제 개발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잇달아 실패하고 있다.

화이자는 12일(미국 시간) 듀시엔 근이영양증 치료제 후보물질(fordadistrogene movaparvovec)이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1차 평가지표로는 노스스타 보행평가(NSAA)를 썼다. 17개 기준에서 환아의 기능적 운동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듀시엔 근이영양증 환아의 질병 진행과 치료 효과를 모니터링하는 데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화이자에 따르면 가짜약(위약)과 비교해 투약군에서 유의미한 운동능력 개선을 보지 못했다. 1차 평기지표뿐 아니라, 10m를 걷거나 달리는 속도 변화를 측정하는 2차 평가지표 또한 달성하지 못했다.

이 후보물질은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에 담겨 전달되는 유전자치료제다. 이 병에 걸린 환자들에게서 부족한 디스트로핀 유전자를 AAV를 통해 전달하는 형태다. 인간의 디스트로핀 유전자는 AAV에 담기에 너무 크기 때문에 단축된 형태를 사용했다.

화이자의 듀시엔 근이영양증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은 효능뿐 아니라 안전성 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약 환자의 사망 사례가 다수 보고됐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임상 1상에서 사망 환자가 나왔으며, 지난 달엔 임상 2상에서 투여한 환아가 심정지로 사망했다.

듀시엔 근이영양증에 대한 유전자치료제로 승인된 약은 미국 사렙타테라퓨틱스의 ‘엘레비디스’가 유일하다. 지난해 6월 임상 2상 데이터를 근거로 신속승인을 받았다. 바이오마커 등에서 개선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레비디스 또한 환아의 운동능력 개선 정도를 보는 NSAA 평가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보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엘레비디스의 효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엘레비디스를 투약해 자전거를 타거나 다양한 운동이 가능해진 아이들이 있어 약의 효능을 옹호하는 주장의 목소리도 높은 상태다.

지난 달 일본 제약사 니폰신약은 엑손 스키핑 방식의 후보물질 ‘빌텝소(Viltepso)’의 임상 3상 실패를 보고해 주목을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위약군과 대조해 유효성을 증명하지 못했다.

니폰신약의 임상 결과가 주목 받는 까닭은 이미 엑손 스키핑 방식으로 출시된 약이 있어서다. 사렙타테라퓨틱스의 ‘엑손디스 51’과 작용 기전이 같다.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승인을 받아 나온 약이다. 엑손디스 51의 임상 3상 결과는 내년 발표될 예정이다.

듀시엔 근이영양증은 성염색체에 생긴 돌연변이로 발생하며 남자 아이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남아 3500명 당 1명꼴로 보고되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