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상황 달라졌다"…'금리 인하 베팅' 슈퍼리치 브라질 채권 안 산다 [이지효의 슈퍼리치 레시피]
[마켓PRO] "상황 달라졌다"…'금리 인하 베팅' 슈퍼리치 브라질 채권 안 산다 [이지효의 슈퍼리치 레시피]
한때 강남 고액 자산가들의 재테크 상품이었던 브라질 채권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커지면서 자산가들이 브라질 채권 같은 표면 이율이 높은 채권을 꺼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에서 팔린 브라질 국채 규모는 8652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626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가량 늘었다. 브라질 채권은 표면 이율이 10%에 달한다. 연 10%의 이자 소득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브라질 정부와 맺은 '국제조세협약'으로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면서 최근 브라질 채권이 고액 자산가들의 선호도에서 밀려나고 있다. 한 은행권 프라이빗 뱅커(PB)는 "고액 자산가들의 브라질 국채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다"며 "브라질 국채처럼 표면 이율이 높은 채권은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도 채권 가격이 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상 만기가 길고 표면 이율이 낮은 채권일수록 금리 인하시 채권 가격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내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도 한몫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채권 등에 투자해 발생한 양도(차익) 소득에 20~2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브라질 채권은 정부간 맺은 조약으로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금투세가 도입되면 기존에 과세되지 않았던 채권의 자본 차익과 만기 상환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낼 가능성이 생겨서다.

브라질 국채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미국채와 한국채가 꼽힌다. 이 PB는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가 3.50%, 미국의 기준금리가 5.50% 수준으로 미국채가 많이 떨어져있다"며 "공격적인 자산가들은 환율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환전을 해서 미국 국채에 투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보다 덜 공격적인 투자자에게는 투자처로 한국채도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고액 자산가들은 수익을 낸 채권에 대해서는 금투세 시행 전인 연말 전에 매매하고 재투자하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증권사 PB는 "7500원에 샀는데 12월에 8500원이 됐다, 이 채권이 내년에 9000원이 됐다고 하면 올해까지 매매 차익이 비과세니 세금을 더 적게 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투세가 도입되면 올해 손실이 발생한 펀드를 내년으로 넘겨서 통산이 된다"며 "손실 난 상품은 내년에 같이 정리하는 편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