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잡자" 일본은행 국채 매입 축소할 듯
일본은행이 13~14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국채 매입 축소를 검토한다. 매월 6조엔(약 52조원) 규모로 사들이던 국채 매입액을 5조엔 정도로 축소해 단계적으로 보유 국채 잔액을 줄이는 방안이다. 장기금리 상승으로 엔화 약세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 회의에서 국채 매입을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14일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지만, 완화적 통화 기조를 유지하며 매월 6조엔 안팎 국채 매입을 지속해 왔다.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규모를 월 5조엔 정도로 축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월평균 국채 상환액이 6조엔가량임을 감안하면 보유 국채 잔액은 월 1조엔씩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보유 잔액 축소 속도를 완만하게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은 2013년부터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펼치며 국채 매입 규모를 대폭 늘렸다. 보유 잔액은 2013년 3월 94조엔에서 지난해 말 581조엔까지 증가했다. 일본의 국채 발행 잔액 중 일본은행의 보유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20~30% 수준인 미국, 유럽 주요 중앙은행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축소를 결정하면 장기금리(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13일 정례 공개시장조작으로 잔존 만기 5년 초과 10년 이하 국채 매입 규모를 500억엔 축소한 뒤 장기금리는 한때 1%를 넘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 슈퍼 엔저 흐름도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 엔·달러 환율은 4월 말 달러당 160엔까지 치솟았다가 일본 정부의 9조7885억엔(약 86조원) 규모 엔 매수·달러 매도 개입 이후 150엔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닛케이는 시장 관계자를 인용, “(국채 매입 축소는) 엔저에 브레이크를 걸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금융완화 축소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의 평가손실도 커진다. 재정 리스크는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회의에서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는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닛케이 조사에 따르면 추가 금리 인상 시기는 7월이라는 예상이 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월(32%), 9월(15%) 순이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