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대물림 않겠다" 515억 기부…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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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515억 기부
"세습 권력은 대부분 실패" 뜻 밝히기도
"세습 권력은 대부분 실패" 뜻 밝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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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정 전 회장이 12일 오후 9시30분께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13일 밝혔다.
사업을 준비하다 퇴직금 사기를 당했는가 하면 어렵사리 설립한 풍전기공이란 금형업체도 대기업의 견제로 1년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고인은 생전 저서 '왜 벌써 절망합니까'(1998)를 통해 "사채에 쫓겨 가족 동반자살까지 꾀했다"며 당시 겪었던 어려움을 회상하기도 했다.
1983년 벤처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미래산업을 창업하며 달라졌다. 일본의 퇴역 엔지니어를 영입, 반도체 검사장비를 국산화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때는 매출액을 뛰어넘는 연구개발비를 과감하게 투자해 1999년 선진국이 독점하던 전자제품 제조 기초장비인 'SMD 마운터'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1999년 11월 국내 최초로 미래산업을 나스닥에 상장시켜 '벤처 1세대'로 불렸다.
고인은 2001년 KAIST에 300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2013년 다시 215억을 보태 바이오·뇌공학과,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을 설립하는 데 기여했다. 당시 개인의 고액 기부는 국내 최초였다.
2014년 1월10일 기부금 약정식에서 고인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과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개인적 약속 때문에 이번 기부를 결심했다"며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소중한 기회여서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유족은 양분순 씨와 사이에 2남 3녀가 있다. 빈소는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202호실, 발인 15일 오전 9시.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