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연립주택 등 빌라 시장의 역전세난(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못 돌려주는 상황) 우려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기준으로 감정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청약통장 월 납입금 인정 한도는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대폭 상향된다.

'빌라 포비아' 완화될까…전세보증 가입때 '감정가'도 활용
국토교통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민생토론회 후속 규제개선 조치’를 발표했다. 빌라의 경우 공시가격의 126%까지만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126% 룰’은 유지하되, 예외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인정 감정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게 눈에 띈다. 작년 5월 126% 룰을 도입한 이후 일부 임대인이 가구당 수천만원 상당의 ‘강제 역전세’에 내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공시가가 시세와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등의 이유로 임대인이 이의를 신청하고 HUG가 이를 받아들이면 HUG가 의뢰한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감정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통상 공시가는 시세에 비해 훨씬 낮다. 감정가를 활용하면 HUG 보증보험 가입 가능 액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역세권 신축 빌라 위주로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며 “빌라 월세 선호와 아파트 전세 쏠림 현상이 일부 개선될 전망”이라고 했다. HUG는 다음달 말 5개 내외의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 법인은 연간 최대 3만 가구로 예상되는 이의 신청 물량의 예비감정과 본감정 등의 업무를 맡는다.

청약통장 월 납입금 인정 한도는 41년 만에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오른다. 25만원씩 납부하면 총납입금액 기준으로 당첨자를 가리는 공공청약에서 유리해진다. 청약통장은 300만원 한도에서 40%까지 소득공제받을 수 있어 세제 혜택도 늘어날 전망이다. 청약 예·부금과 청약저축 가입자가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갈아타는 것도 허용한다.

주택 공급을 어렵게 하는 ‘손톱 밑 가시’도 다수 뽑힌다. 정부는 먼저 공공지원민간임대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사업의 공사비 조정 기준을 합리화하기로 했다. 공사비 갈등 등의 이유로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후 2년이 지나도록 첫 삽을 뜨지 못한 물량이 전국에 1만6000여 가구에 달한다. 이 사업장들이 조속히 굴러가게 될지 주목된다. 착공 후 사업장의 공사비 조정도 한시적으로 허용할 예정이다.

대토보상 제도도 대거 바뀐다. 보상 방식으로 현금 보상, 채권 보상, 대토 보상(토지)과 함께 주택 분양권 보상이 추가된다. 주택 분양권은 기관추천 특별공급 물량 범위 안에서만 공급된다. 동일 사업시행자의 다른 사업지역 미분양 물량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도 허용된다. 3기 신도시 토지 원주민이 용인 국가산업단지의 미분양 물량으로 보상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