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년 넘게 이어진 ‘박스권’(2270~2780)을 벗어나 2800선을 탈환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장사 실적 전망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지수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美 물가 둔화에 외국인 폭풍 매수

외국인, 반도체 폭풍 매수…"박스피 곧 탈출"
13일 코스피지수는 0.98% 오른 2754.89에 마감했다. 장중 2776.72로 오르며 연중 고점인 2779.40(3월 26일)에 가까워졌지만 장 막판 하락하며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이날 상승세를 이끈 건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39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4037억원, 104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반도체에 외국인 매수가 집중되면서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9414억원, SK하이닉스를 3572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2.75%, SK하이닉스는 3.26% 올랐다. 한미반도체(8.68%)를 비롯해 제주반도체(3.23%), 가온칩스(4.95%), 케이씨텍(5.42%) 등 반도체 장비·설계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면서 기준금리가 곧 인하될 것이란 기대가 지수를 들어 올렸다. 전날 미국 노동부는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추정치인 3.4%에 못 미쳤다. 4월 상승률(3.4%)과 비교해도 상승폭이 둔화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 기술주 랠리가 이어진 뉴욕증시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1회로 낮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파적 회의 결과보다는 미국 5월 CPI가 보여준 물가 둔화 신호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연말 금리 인하 횟수보다는 오는 9월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는 물가 지표를 확인하고, 통화정책 전환 시점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쪽으로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실적 개선 시 박스피 탈출”

미국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증권가에선 코스피지수가 곧 박스권을 탈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022년 1월 24일 이후 1년5개월째 종가 기준 2800선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계속 높아지는 점도 증시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39조217억원으로 3개월 전(32조625억원)보다 21.7%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연간 영업이익이 20조43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3개월 전 대비 75% 증가한 수치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만 증권사 목표주가 수준(11만~12만원)에 도달해도 코스피지수는 연말 3000선을 넘길 것”이라며 “반도체 이익 전망치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외국인 매수세도 계속돼 당분간 상승 흐름이 예상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