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주께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다. 방북 기간에 양국이 북·러 관계를 격상하기 위한 새 조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는 강한 군사적 밀착을 문구에 넣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얼마 뒤 있을 것으로 보이는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비슷한 시기에 전개되는 한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전략대화, 이런 것들을 우리가 십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오는 18~19일께 방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평양 방문을 요청했다.

푸틴 대통령이 방북 기간에 김정은과 어떤 내용을 논의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지난해 9월 북·러 회담에서 합의한 양국의 우주기술 개발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올해 군사정찰위성을 세 차례 발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러시아에 추가 기술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우주 공동연구 및 공동개발, 우주인 우주탐사 등 북·러 간 우주협력 체결이 포함된 이른바 ‘평양 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961년 북한이 옛 소련과 맺은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을 계승하는 협정이 나올 수도 있다. 당시 조약은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있었는데, 1996년 폐기됐다. 북·러는 2000년 새로운 ‘친선·선린·협조 조약’을 체결했는데 이 조약에는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제외됐다. 다만 최근 러시아가 한국과도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는 것은 변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는 (군사적 밀착을 담은) 북·러 조약에는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이 방북을 계기로 러·북과의 밀착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에 ‘북·중·러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동현/김종우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