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의 긴박감 속에 어른거리는 기시감…영화 '하이재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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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여객기 납북 미수 사건 영화화…하정우·여진구 주연
1971년 1월 23일 강원도 속초에서 이륙해 서울로 비행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공중에서 납치돼 북한으로 넘어갈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여객기에 탄 납치범 김상태(당시 23세)가 사제 폭탄으로 기장을 위협하면서 월북을 요구한 것이다.
승무원들의 용기와 희생이 없었다면 대형 참사로 끝날 수도 있었던 위험천만한 사건이었다.
대한항공 여객기 납북 미수 사건으로 불리는 이 실화가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김성한 감독이 연출한 '하이재킹'이다.
실화의 시공간적 배경을 그대로 따르면서 당시 사건의 긴박한 순간을 영화적 상상으로 재현했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대한항공 여객기 부기장 태인(하정우 분)이 주인공이다.
1971년 겨울 어느 날 태인은 속초공항에서 기장 규식(성동일)과 김포행 여객기 조종석에 나란히 앉는다.
승객들은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보는 듯 들뜬 마음으로 여객기에 오르고, 승무원 옥순(채수빈)이 이들을 안내한다.
여객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넘어가 그곳에서 영웅으로 대접받기를 꿈꾸는 용대(여진구)도 사제 폭탄을 숨긴 채 탑승한다.
영화는 이야기를 그리 길게 끌지 않고 바로 긴박한 사건으로 진입한다.
카메라는 비좁은 기내 공간에 들어가 등장인물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담는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승객 중 한 명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용대의 난동이 시작되면서 여객기는 곡예비행을 하듯 360도 공중회전을 하거나 거의 수직으로 상승하기도 한다.
기내에선 승객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요동치는 아찔한 장면이 펼쳐진다.
영화는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해 여객기의 위험한 비행을 외부에서도 보여준다.
여객기의 월북을 막으려고 출격한 공군 전투기가 위협사격을 하기도 한다.
관객은 여객기 밖의 관찰자로 돌아온다.
여객기 납치 사건의 긴박감을 잘 살렸지만, '비상선언'(2022)과 같이 여객기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에 이미 익숙한 관객에겐 그렇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캐릭터 구축 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밝고 선한 이미지의 여진구가 연기한 용대는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할 만큼 어둡고 사악한 인물로 비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동정심을 유발하기엔 남북 분단 현실에서 빚어진 그의 불행한 과거가 다소 정형화돼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날의 트라우마에서 못 벗어나는 태인이 입장을 달리한 채 또다시 비슷한 상황을 맞는다는 설정도 기시감을 준다.
그러나 자기 몸 하나 지키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극한적인 위기에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태인, 규식, 옥순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용대처럼 남들이야 죽든 말든 자기 목적을 달성하는 데 눈이 먼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듯한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이재킹'은 김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는 '아수라'(2016), '1987'(2017), '백두산'(2019) 등의 조연출로 경력을 쌓았다.
'1987'의 김경찬 작가가 이번 작품의 각본을 썼다.
제작진은 50명이 넘는 승객 전원을 배우로 캐스팅해 기내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생동감을 더했다.
김 감독은 '하이재킹'에 대해 "삶의 끝에 선 사람들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라며 "그 상황에서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21일 개봉. 100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
여객기에 탄 납치범 김상태(당시 23세)가 사제 폭탄으로 기장을 위협하면서 월북을 요구한 것이다.
승무원들의 용기와 희생이 없었다면 대형 참사로 끝날 수도 있었던 위험천만한 사건이었다.
대한항공 여객기 납북 미수 사건으로 불리는 이 실화가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김성한 감독이 연출한 '하이재킹'이다.
실화의 시공간적 배경을 그대로 따르면서 당시 사건의 긴박한 순간을 영화적 상상으로 재현했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대한항공 여객기 부기장 태인(하정우 분)이 주인공이다.
1971년 겨울 어느 날 태인은 속초공항에서 기장 규식(성동일)과 김포행 여객기 조종석에 나란히 앉는다.
승객들은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보는 듯 들뜬 마음으로 여객기에 오르고, 승무원 옥순(채수빈)이 이들을 안내한다.
여객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넘어가 그곳에서 영웅으로 대접받기를 꿈꾸는 용대(여진구)도 사제 폭탄을 숨긴 채 탑승한다.
영화는 이야기를 그리 길게 끌지 않고 바로 긴박한 사건으로 진입한다.
카메라는 비좁은 기내 공간에 들어가 등장인물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담는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승객 중 한 명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용대의 난동이 시작되면서 여객기는 곡예비행을 하듯 360도 공중회전을 하거나 거의 수직으로 상승하기도 한다.
기내에선 승객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요동치는 아찔한 장면이 펼쳐진다.
영화는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해 여객기의 위험한 비행을 외부에서도 보여준다.
여객기의 월북을 막으려고 출격한 공군 전투기가 위협사격을 하기도 한다.
관객은 여객기 밖의 관찰자로 돌아온다.
여객기 납치 사건의 긴박감을 잘 살렸지만, '비상선언'(2022)과 같이 여객기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에 이미 익숙한 관객에겐 그렇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캐릭터 구축 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밝고 선한 이미지의 여진구가 연기한 용대는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할 만큼 어둡고 사악한 인물로 비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동정심을 유발하기엔 남북 분단 현실에서 빚어진 그의 불행한 과거가 다소 정형화돼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날의 트라우마에서 못 벗어나는 태인이 입장을 달리한 채 또다시 비슷한 상황을 맞는다는 설정도 기시감을 준다.
그러나 자기 몸 하나 지키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극한적인 위기에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태인, 규식, 옥순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용대처럼 남들이야 죽든 말든 자기 목적을 달성하는 데 눈이 먼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듯한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이재킹'은 김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는 '아수라'(2016), '1987'(2017), '백두산'(2019) 등의 조연출로 경력을 쌓았다.
'1987'의 김경찬 작가가 이번 작품의 각본을 썼다.
제작진은 50명이 넘는 승객 전원을 배우로 캐스팅해 기내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생동감을 더했다.
김 감독은 '하이재킹'에 대해 "삶의 끝에 선 사람들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라며 "그 상황에서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21일 개봉. 100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