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6일 열린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연 4.25%로 인하했다. 금리인상을 시작한 2022년 7월 이후 1년 11개월 만의 피벗(pivot)이다. ECB는 “지난해 9월 회의 이후 물가상승률이 2.5%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인플레이션 전망도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올 들어 스위스와 스웨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세계 주요 경제권인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20개국)의 인하 결정은 의미가 남다르다. 재작년 말 10%를 넘겼던 유럽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2%대로 내려왔다. 여기에 주요국의 경기침체 우려도 가시지 않자 미국 중앙은행(Fed)보다 먼저 피벗에 나섰다.

물가 2%대 안착한 유럽, 美보다 먼저 피벗

전날인 5일에는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5.0%에서 연 4.75%로 내렸다.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3월 이후 4년여 만의 인하로, 주요 7개국(G7) 중 첫 피벗이었다. 티프 매클렘 캐나다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추가 증거가 나오면서 더는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했다.

피벗의 사전적 의미는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 뉴스에서 피벗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ECB와 캐나다은행처럼 상당 기간 유지해온 고금리 기조를 버리고 기준금리 인하로 노선을 바꾸는 게 대표적 사례다. 연초부터 브라질, 멕시코 등에 이어 서방 선진국까지 가세하면서 피벗 확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제 세계의 시선은 미국 중앙은행(Fed)으로 향하고 있다. 사실상 유일한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의 기준금리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 중 하나다. ECB가 약 2년 만에 정책 방향을 바꿨지만 Fed가 이를 따라 곧바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3%대에 머물고 있다. 다만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기침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고금리를 유지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Fed는 금리인하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지만 고금리가 미국 경제에 좋기만 할 리는 없다. 금리가 높으면 소비를 위축시키고, 이는 생산 감소를 불러와 결국 경기를 하강시킬 수밖에 없다.

“한은 금리 인하는 4분기 가능할 듯”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4분기 인하 전망에 힘이 실린다. Fed가 9월에 피벗에 나선다는 전제하에 한은이 10~11월쯤 뒤따를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려 내수에 활력을 더해줄 필요가 있지만,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어서 선제적으로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반대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의 물가 지표가 엇갈리게 나타나며 금리인상 시기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