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참견러'일까 '尹의 복심'일까…좌충우돌하는 이복현 [금융당국 포커스]
"소관부처도 아닌데 왜 나서나요."
"정책 여론을 주도하는 능력이 있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프로 참견러(남의 일에 지나치게 상관하는 사람)'나 '오지라퍼(오지랖이 넓은 사람)'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다. 지지부진한 자본시장·금융정책을 견인하는 해결사·청부업자라는 사람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 의지를 구현하는 '윤석열의 복심'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의 '참견'이 정책 혼선을 부르기도 하지만 정책에 힘을 실어준다며 반기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에 '배임죄 폐지'를 재차 공론화하면서 그의 주목도는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에 긴급브리핑을 실시했다. 브리핑에서는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자리에서 '배임죄 폐지'를 내놨다.

그는 “삼라만상을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는 배임죄는 폐지해야 한다”며 “배임죄는 주요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제도”라고 말했다. 배임죄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기자들의 타이핑 속도는 더 빨라지는 듯했다. 원고지 5~6매 기사 정도로 작게 생각했던 이날 긴급브리핑은 이튿날 대부분 조간신문 1면에 자리 잡았다.

배임죄는 형법·상법을 다루는 법무부가 소관부처다. 금융감독원장이 다루는 금융감독 영역과는 동떨어져 있다. 여기에 배임죄 폐지는 워낙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법무부 수장도 입 밖에 내기 조심스러워한다.

그는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공직자가 개별 의견을 내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정부의 의사결정도 민주적 절차로 의견 수렴을 거쳐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개별의견이 혼란을 야기할 수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등장을 놓고 부처의 충돌을 완화하는 한편 여론을 살피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많다. 배임죄와 상법개정을 놓고 법무부와 경제부처 사이의 온도차는 상당하다. 법무부는 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는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충돌을 막기 위해 이 원장이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원장은 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자주 호흡을 맞추면서 ‘윤석열의 남자’로 통했다. 그만큼 부처 안팎에서 이 원장의 위상은 상당하다. 대통령실과 부처 사이의 정책 조율·추진에 앞장서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책 혼선을 키운다는 비판도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16일 미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거래를 6월에 일부 재개하는 것이 개인적 욕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원장의 발언은 개인적인 희망"이라고 반박했다. 이 원장의 설익은 발표가 정책 엇박자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