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전화에…"우리 아이 어쩌나" 덜컥 겁이 난 이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은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능력의 중요성 증가' 보고서
AI 발달로 업무 자동화로 대체 움직임
협동·협상·설득력 등 사회적 능력 중요도 커져
AI 발달로 업무 자동화로 대체 움직임
협동·협상·설득력 등 사회적 능력 중요도 커져
"안녕하세요 **은행입니다. A 고객님께서 보유하신 예금의 만기가 돌아와 안내해 드립니다."
과거 콜센터 상담원 근무 경험이 있는 A씨는 지난해 인공지능(AI) 상담원으로부터 이같은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전화를 받았는데 귓가에 사람 목소리가 아니라 AI 특유의 상냥하지만 밋밋한 어조가 귓가에 들려와 당황했다"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실생활에서 AI를 접할 때마다 아이 직업에 대한 걱정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같이 AI 발달로 기계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넓어지면서 노동시장에서 의사소통과 팀워크 능력 같은 이른바 '사회적 능력'을 갖춘 인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회적 상호작용이 규칙화하기 어려운 암묵적인 지식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AI로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술이 많이 요구되는 직업으로는 행정 및 경영 지원 관리자와 의료 현장에서 진료하는 의사와 간호사, 교수 및 교사, 경찰·소방 관련 종사자 등이 꼽혔다.
16일 한국은행이 최근 낸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능력의 중요성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기술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면서 해당 기술이 핵심적으로 필요한 일자리의 비중이 확대됐고, 최근 개인의 사회적 능력에 대한 임금 보상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은은 사회적 능력에 대해 타인의 반응을 인지하고 동기를 이해하는 사회적 인지력과 협동·협상·설득력을 갖춰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했다. 한은에 따르면 노동투입 측면에서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사회적 기술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일자리의 비중은 49%에서 56%로 7%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인지적(수학적) 기술이 집중적으로 요구되는 일자리 비중은 50%에서 55%로 5%포인트 증가에 그쳤고, 저 사회적 기술·저 인지적 기술 일자리 비중의 경우 43%에서 36%로 8%포인트 감소했다.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장은 "AI 등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수행하던 다양한 업무가 대체되고 있고, 노동시장에서 어떤 능력 혹은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은지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노동시장 전반에서 쓰이는 기술의 수준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사회적 기술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사회적 기술과 함께 인지적 기술이 많이 요구되는 직업군으로 분류한 직업은 행정 및 경영 지원 관리자와 연구·교육 및 법률, 보험 및 금융, 문화·예술 등 전문 서비스 관련 관리자가 꼽혔다. 이와 함께 의료 진료 전문가, 약사, 간호사, 대학교수 및 강사, 학교 교사가 해당 직업에 속했다.
사회적 기술이 많이 요구되고 인지적 기술이 상대적으로 적게 요구되는 직업군으로는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와 법률 전문가, 작가·언론 관련 전문가, 연극·영화 및 영상 전문가, 경찰·소방 및 교도 관련 종사자가 꼽혔다. AI 기술이 비반복적·인지적(분석) 업무까지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같은 업종 내에서도 사회적 능력을 갖춘 실무 전문가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병원에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업무의 경우 고숙련 노동자가 수행하던 업무가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한은은 에릭 브린욜프슨 미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장과 앤드루 맥아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를 인용해 설명했다. 임금 측면에서도 이같은 동향이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2007년부터 2020년까지 약 1만명의 청년 패널에 대한 추적 조사 결과를 활용해 사회적·인지적 능력과 임금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최근 사회적 능력에 대한 임금 보상이 늘어나는 추세가 나타났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사회적 능력이 1단위(1표준편차) 높은 인력의 임금은 평균보다 4.4% 많았으나, 2016년부터 2020년 사이에는 평균보다 5.9%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지적 능력이 높은 인력에 대한 임금 보상이 약화하는 흐름이 포착됐다. 인지적 능력이 1단위 높은 인력은 평균 대비 초과 임금 수준이 2007년부터 2015년까지는 10.9%였으나 2016년부터 2020년 사이에는 9.3%로 후퇴했다.
오 팀장은 "고용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임금 보상 측면에서도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능력의 중요성이 증가했음을 시사한다"며 "인간이 비교우위를 가지는 사회적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 교육 및 직업훈련 측면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과거 콜센터 상담원 근무 경험이 있는 A씨는 지난해 인공지능(AI) 상담원으로부터 이같은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전화를 받았는데 귓가에 사람 목소리가 아니라 AI 특유의 상냥하지만 밋밋한 어조가 귓가에 들려와 당황했다"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실생활에서 AI를 접할 때마다 아이 직업에 대한 걱정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같이 AI 발달로 기계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넓어지면서 노동시장에서 의사소통과 팀워크 능력 같은 이른바 '사회적 능력'을 갖춘 인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회적 상호작용이 규칙화하기 어려운 암묵적인 지식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AI로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술이 많이 요구되는 직업으로는 행정 및 경영 지원 관리자와 의료 현장에서 진료하는 의사와 간호사, 교수 및 교사, 경찰·소방 관련 종사자 등이 꼽혔다.
16일 한국은행이 최근 낸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능력의 중요성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기술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면서 해당 기술이 핵심적으로 필요한 일자리의 비중이 확대됐고, 최근 개인의 사회적 능력에 대한 임금 보상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은은 사회적 능력에 대해 타인의 반응을 인지하고 동기를 이해하는 사회적 인지력과 협동·협상·설득력을 갖춰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했다. 한은에 따르면 노동투입 측면에서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사회적 기술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일자리의 비중은 49%에서 56%로 7%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인지적(수학적) 기술이 집중적으로 요구되는 일자리 비중은 50%에서 55%로 5%포인트 증가에 그쳤고, 저 사회적 기술·저 인지적 기술 일자리 비중의 경우 43%에서 36%로 8%포인트 감소했다.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장은 "AI 등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수행하던 다양한 업무가 대체되고 있고, 노동시장에서 어떤 능력 혹은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은지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노동시장 전반에서 쓰이는 기술의 수준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사회적 기술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사회적 기술과 함께 인지적 기술이 많이 요구되는 직업군으로 분류한 직업은 행정 및 경영 지원 관리자와 연구·교육 및 법률, 보험 및 금융, 문화·예술 등 전문 서비스 관련 관리자가 꼽혔다. 이와 함께 의료 진료 전문가, 약사, 간호사, 대학교수 및 강사, 학교 교사가 해당 직업에 속했다.
사회적 기술이 많이 요구되고 인지적 기술이 상대적으로 적게 요구되는 직업군으로는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와 법률 전문가, 작가·언론 관련 전문가, 연극·영화 및 영상 전문가, 경찰·소방 및 교도 관련 종사자가 꼽혔다. AI 기술이 비반복적·인지적(분석) 업무까지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같은 업종 내에서도 사회적 능력을 갖춘 실무 전문가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병원에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업무의 경우 고숙련 노동자가 수행하던 업무가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한은은 에릭 브린욜프슨 미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장과 앤드루 맥아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를 인용해 설명했다. 임금 측면에서도 이같은 동향이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2007년부터 2020년까지 약 1만명의 청년 패널에 대한 추적 조사 결과를 활용해 사회적·인지적 능력과 임금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최근 사회적 능력에 대한 임금 보상이 늘어나는 추세가 나타났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사회적 능력이 1단위(1표준편차) 높은 인력의 임금은 평균보다 4.4% 많았으나, 2016년부터 2020년 사이에는 평균보다 5.9%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지적 능력이 높은 인력에 대한 임금 보상이 약화하는 흐름이 포착됐다. 인지적 능력이 1단위 높은 인력은 평균 대비 초과 임금 수준이 2007년부터 2015년까지는 10.9%였으나 2016년부터 2020년 사이에는 9.3%로 후퇴했다.
오 팀장은 "고용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임금 보상 측면에서도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능력의 중요성이 증가했음을 시사한다"며 "인간이 비교우위를 가지는 사회적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 교육 및 직업훈련 측면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