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직원인데 망하게 해줄게"…술 뿌린 男 '적반하장'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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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마음이 힘드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직원 없이 아내와 작은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A씨는 "며칠 전 홀 마감 직전에 이미 술을 마신 손님들이 들어오셨다"며 "30분만 먹고 가겠다고 하기에 경기도 어려우니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에 손님을 받았다. 그런데 그게 이렇게 큰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고 운을 뗐다.
40~50대로 보이는 남성 4명은 치킨과 술을 주문했는데, 음식을 내간 뒤 A씨 아내는 테이블 바닥에 맥주가 흥건한 모습을 확인했다. A씨가 올린 당시 폐쇄회로(CC)TV 화면에 따르면 통로 쪽 테이블에 앉은 남성 한 명은 두 차례에 걸쳐 술을 바닥에 버렸다.
바닥이 미끄러워 사고가 날까 봐 걱정된 A씨의 아내는 "물을 흘리셨나요?"라고 물었고, 손님 한 명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고 전했다. 일행은 "네가 그런 거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A씨 아내가 키친타월로 테이블 쪽 맥주가 가득한 곳을 닦은 후 얼마 되지 않아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가는 줄 알았던 손님 중 한 명이 다시 가게로 들어오더니 A씨 아내에게 무언가를 말했다.
A씨는 "처음에 손님 한 명이 다시 들어와서 '바닥 치우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했고, 그러는 와중에 다른 손님들도 다시 들어와서는 아내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삿대질했다"고 토로했다.
가게 측에 따르면 손님들은 "내가 돈 주고 사 먹는데. 바닥에 오줌을 쌌냐? 맥주를 흘릴 수도 있지. 먹튀를 했냐? 이런 식으로 장사하면 부자 되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또 손님 한 명은 "나 여기 구청 직원인데 동네에 모르는 사람 없다. 내가 이런 가게는 처음 본다. 장사 바로 망하게 해주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A씨는 "저와 아내는 터무니없는 협박에 무서웠지만 순간적으로 겁이 나서 아무 말도 못 했다"며 "CCTV를 돌려보니 손님은 실수가 아니라 맥주를 바닥에 뿌리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저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아내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그날 이후로 저는 잠을 이루기 힘들고, 아내는 가게에 못 나오겠다고 한다"고 호소했다.
누리꾼들은 "술 마시기 싫어서 일부러 마신 척 몰래 버린 것 같은데 사장님 때문에 걸렸다 생각이 드니 진상부린 것 같다", "CCTV 증거자료 있으니 구청, 시청에 민원 제기하라", "진상 중 아주 지저분하고 더러운 진상이다", "저 공무원은 파면 부탁한다. 공무원 생활을 못 하게 해야 한다" 등 분노를 쏟아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