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첸백시 /사진=INB100 제공
그룹 첸백시 /사진=INB100 제공
"카카오엔터가 일반 업체에는 20% 안팎의 유통 수수료를 요구하는 한편, SM엔터(이하 SM)와 같은 관계사에는 5~6% 정도의 유통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황과 이와 관련된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지난 3월 비비지·이무진 등이 소속된 빅플래닛메이드는 위와 같이 밝히며 카카오엔터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알렸다. 카카오엔터가 '수수료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빅플래닛메이드는 "선량한 중소기획사들이 카카오엔터의 차별적 유통 수수료 부과, 선별적 계약 변경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공정위 신고가 대승적 차원에서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나 그룹 엑소 백현이 차린 개인회사 INB100이 빅플래닛메이드와 형제 회사가 됐다. 빅플래닛메이드의 모회사인 원헌드레드에 자회사로 편입된 것. 이후 INB100은 SM을 상대로 전면전을 선포했다. 지난해 SM이 첸백시가 개인 활동을 외부에서 할 수 있도록 협의하는 과정에서 매출액 10% 지급을 요구했고, 대신 카카오를 통한 음반원 유통 수수료율 5.5%를 보장해주기로 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SM 측에서 첸백시에게 매출액 10%를 요구하면서 대신에 카카오 유통 수수료를 5.5%로 제안해 받은 것인데 이제 와서 약속을 저버렸습니다."

첸백시 측은 구두 약속한 '유통 수수료율 5.5%'를 지키지 않으면 개인 매출 10%도 지급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이에 SM은 카카오는 엄연한 타사이기에 유통 수수료율을 자신들의 뜻대로 책정할 수 없다면서 이를 대신해 SM에서 발매할 예정이었던 백현의 솔로 앨범을 개인 법인에서 발매할 수 있도록 하고, 백현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일본 공연의 위약금도 지불하는 등의 배려를 했다고 반격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업계에서는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우선 일반적인 유통 수수료율이 20~25%인 점에 미루어 보면 5.5%는 상당히 낮은 요율이 맞다. 하지만 이는 SM이기에 나올 수 있는 요율이라고 입을 모았다. 카카오엔터에 따르면 유통 수수료율은 ▲선급금 투자 여부 ▲계약 기간 ▲상계율 ▲유통 대상 타이틀의 밸류에이션 등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즉 몇 가지 기준에 의거해 기획사마다 전부 다른 수수료가 책정된다는 뜻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유통 수수료율은 일괄적으로 정해진 게 아니다. 기획사와 유통사의 합의에 의해 정해지는 개별 계약으로, 내용에 대해 제3자는 알 수도 없고 알려져서도 안 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첸백시는 새롭게 회사를 차린 거다. SM이 아닌 다른 곳에서 유통하게 되는 거라 SM 기준에 맞춘 요율을 제시한다고 해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SM이 관계사 차원에서 카카오에 얘기를 전달해볼 순 있겠지만, 카카오가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이야말로 다른 기획사 입장에서는 특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선급금 투자 여부도 수수료율에 영향을 주는 요소인데, 첸백시 측은 카카오엔터와의 협상이 결렬되는 과정에서 선급 투자를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선급 유통'이란 유통사가 기획사에 선급금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독점 유통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투자'다. 이에 따라 평균 3~5년 단위의 유통권 계약을 맺게 되며, 투자금을 회수하는 차원에서 수수료율이 높아지기도 한다.

음원 업계 및 기획사 관계자들은 "선급을 받았다면 돈을 빌린 거라서 사실 요율은 말할 게 아니다", "선급은 이자 없는 대출", "일반 유통 수수료율이 20~25%인데 프로모션·선급 여부에 따라 여기서 더 늘어나기도 하고 그대로 가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했다. 카카오엔터는 엑소, 레드벨벳, 에스파, 라이즈 등 SM 아티스트들의 신규 음원·음반은 물론 이전에 발매한 음원까지 유통하고 있다. 첸백시만으로 구성된 INB100과 유통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5.5%는 SM이기에 가능한 수수료율로 보인다. 아티스트 IP가 워낙 많고 음원 파워도 세지 않냐"면서 "첸백시가 새 회사에서 성과를 낸 이후에 이를 토대로 협상한 것도 아니라서 동일한 수수료율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유통 수수료율은 SM을 떼고 INB100이 직접 풀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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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은 공정위의 몫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공정위는 지난 10일 카카오엔터에 조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 음반원 유통 수수료와 관련해 계열사 부당 지원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앞서 카카오엔터는 "계열사 여부는 유통 수수료율 산정을 위한 고려 기준이 전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어 SM에 대한 5.5%의 요율이 특혜 없이 일정 기준에 따라 합당하게 책정된 것인지 결과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SM은 첸백시를 상대로 '합의서에 따라 매출 10%를 지급하라'며 계약 이행 소송을 제기했으며, 첸백시 측은 정산금 청구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특히 첸백시는 SM과의 전속계약이 유효한 가운데 합의를 토대로 개인 활동만 외부에서 진행하던 중이었는데, 합의서에 SM IP 사용에 대한 내용도 담겼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IP 무상 사용 논란까지 불거졌다. 결국 양측이 다시금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전의 갈등 봉합은 무색하게 됐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