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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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거래시간이 다음달부터 새벽 2시까지로 연장된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영국 런던 금융시장의 개장 시간을 모두 포괄하는 시간대다. 미국 등 해외 주식투자를 할 때 '임시 환율'을 적용받아 환위험에 노출되던 투자자들도 외환시장 개장 시간 내 시장 환율로 투자가 가능해진다.

외환시장, 오후 3시30분→새벽 2시 연장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는 지난 14일 2024년 2차 총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서울 외환시장 행동규범' 개정안을 의결했다. 다음달 1일부터 중개회사를 통한 원·달러 외환 거래 시간을 현재 오전 9시~오후 3시30분에서 오전 9시~익일 오전 2시까지로 연장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외시협 관계자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환전 편의 제고와 거래비용 절감을 위해 개장시간 연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달러화가 아닌 원화와 이종통화간 거래시간은 오전 10시~오후 3시30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개장직후와 장 마감 전 15분간 전자거래(API)를 적용하지 않던 규제도 폐지됐다. API로만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RFI) 등이 이 규제로 30분간 거래가 불가능한 점 등이 감안된 결정이다.

환율 종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오후 3시30분을 기준으로 산출하기로 했다. 야간 거래가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다만 3시30분~4시 사이의 거래가 크게 늘어날 경우 종가 집계시점을 오후 4시로 30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익일 2시 환율은 '서울 02:00 환율' 등의 형태로 명명할 예정이다.

서학개미, 시장환율로 투자 가능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 외환당국은 이번 조치로 투자자들의 외환 거래가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주식과 채권을 거래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후 3시30분 이후에도 국내 금융회사나 외국 RFI를 통해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할 수 있게 된다.

해외 주식 등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실시간 시장환율로 투자가 가능해진다. 현재는 외환시장이 닫혀있는 시간대에 거래하기 때문에 시장환율보다 높은 임시환율로 1차 환전된 후 다음날 외환시장 개장 이후 실제 시장환율로 정산되는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외환시장 개장시간이 새벽 2시까지로 연장되면 해당 시간대 내의 주식과 채권 거래에는 해당 시간의 시장환율이 적용된다. 수출입기업의 경우에도 한국 시간 기준 야간에 이뤄지는 사건에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주요국 경제지표 등 외환·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즉각 반영된 실시간 환율로 적시에 환전하거나,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 발생 위험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변동성 주시…야간에도 시장 개입할 것"

관건은 야간 시간대에 원화와 달러화 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냐다. 외환당국이 스위스 프랑화, 중국 위안화 등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통화들의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업무종료 이후 심야시간대에는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과 기재부는 국내외 시장참가자들이 연장시간대에 외환시장을 문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적정수준의 유동성을 유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고객이 계좌가 없는 RFI에서도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일시적 원화차입을 확대하고, 한은 외자운용원의 이종통화 외환매매 거래기관으로 국내 은행을 선정해 활발한 거래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향후 외환시장 선도은행을 선정할 때 연장시간대 거래실적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할 계획이다. 야간데스크를 운영하는 은행의 원·달러 차액결제선물환(NDF) 전자거래 허용 시간도 1시간 연장해준다. 해외 소재 RFI와의 소통을 위해 한국자금중개의 런던 지점과 싱가포르 사무소 설립도 인가했다. 서울외국환중개도 런던 사무소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외환시장 거래 시간과 참가자를 확대한 것이 변동성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장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야간 시간대에도 환율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적기에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