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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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가 10년 동안 결혼 사실을 숨기고 다른 이성을 만났더라도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배우자의 불륜 등 부정행위가 성립하려면 교제 상대방이 당사자의 결혼 유무 등을 알고 있었어야 하므로 원고가 그 부분까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가정법원은 A씨가 남편 B씨와 상간녀인 C씨를 상대로 3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한 소송에서 지난달 10일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까지 부담하도록 판결했다.

원고 A씨는 남편 B씨와 2011년 결혼해 미성년 자녀를 뒀다. 남편 B씨는 2015년 지인 소개로 알게 된 C씨와 지난해 7월까지 연인으로 교제해왔다. C씨는 교제 기간 동안 B씨에게 여러 차례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지난해 6월께 C씨가 A씨에게 변제를 요청하기도 했는데 B씨는 돈을 갚기 위해 본인의 부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자 B씨의 부모가 C씨와의 관계를 정리하라고 요구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B씨는 C씨와 관계를 정리하고 같은 해 7월 해외연수로 출국했는데 C씨는 B씨가 출국 후 연락이 닿지 않자 사기죄로 그를 고소했다. C씨는 출국 직전 B씨에게 “어차피 결혼해야 한다면 연수를 가지 말라”고 만류하기도 했다.

A씨는 C씨가 남편 B씨와 교제 기간, 나이와 직업, 금전거래 횟수 등을 고려할 때 B씨가 배우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륜을 저질러 혼인을 파탄 냈다고 주장하며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다. C씨는 B씨가 교제 기간 동안 미혼인 것처럼 자신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2022년 5월 C씨는 B씨의 딸을 위한 선물로 돈을 송금하기도 했는데 이에 B씨가 메신저를 통해 “조카 생일을 챙겨줘서 고맙다”고 답장을 보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C씨가 B씨를 10년간 만났지만 미혼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과실로 알지 못한 채 교제했다는 부분은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B씨가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C씨가 알았다는 점을 원고가 입증해야 한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