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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나 저나 모두 강남구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데 서울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기란 여간 쉽지 않아요. 그나마 찾은 곳도 모두 서울 외곽 지역이라 지금 매매해야 할지 아니면 계속 중심부 지역 전세로 살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서울 강남역 인근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박 모 씨(37세)는 큰 고민에 빠졌다. 서울 동작구에 전세를 사는 그는 지난해 5월 첫아들을 얻어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신생아 특례대출을 알아봤다. 하지만 지금 사는 지역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을 수 없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박 씨는 "9억원 이하로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아봤자 서울 외곽 지역 외엔 매물이 없다"며 "사실상 인천이나 경기도에서 출퇴근하란 얘기인데 서울 인접지역인 광명이나 과천 등도 9억원 이하 매물이 많지 않다"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월 1일 이후 출산가정 및 부부 합산 소득 등 조건이 있지만 9억원을 지원해주는 신생아 특례대출은 일반적인 가구가 가장 많은 대출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MZ세대 부부들이 신생아 특례대출을 활용해도 서울에서만큼은 내 집 장만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서울 내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물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4451만원이었다. 지난해 8월 11억3083만원에서 11월 10억3810만원으로 잠시 하락한 뒤 12월 10억4082만원으로 반등해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신생아 특례대출 기준 주택 가액보다 평균 2억원 이상 높은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시세 검색시스템과 부동산 시세 검색 포털 파인드아파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을 분석해 서울 지역 내 전용면적 59~84㎡ 아파트 중 9억원 이하 단지 수를 조사해 봤다. 그 결과 노원구가 126곳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았다. 반면 서초구, 강남구 용산구에선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물이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벨트를 기준으로 서울 25개 자치구를 총 6개 권역으로 세분화해 신생아 특례대출의 기준인 주택 가액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살펴봤다. 조사를 구체화하기 위해 전용 59~84㎡ 아파트 가운데 거래가 잘 되는 1000가구 이상부터 500~999가구, 300~499가구, 거래가 잘 되지 않는 300가구 이하 소규모 단지 등으로 대상을 나눴다. 14일 현재 서울 서초·강남구에선 9억원 이하 매물을 보유한 아파트 단지가 한 곳도 없었다. 송파구에선 100가구 이하 아파트 4곳, 300가구 이하 아파트 1곳이 9억원 이하 매물을 갖고 있었다. 그나마 송파구 내 중심지로 분류되는 잠실동은 없었고, 외곽인 방이동, 풍납동 등에 매물이 남아 있었다. 강동구에선 300가구 미만 아파트 6곳 외엔 모두 9억원 이상 단지였다. 동작구,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 등 한강 벨트 이남 지역 5개 자치구 내에 있는 아파트 가운데 9억원 이하 아파트는 12곳에 불과했다.
한강 벨트 이북에선 용산구에 9억원 이하 아파트가 0곳이었고, 마포구 5곳, 성동구 5곳, 광진구 5곳이었다. 모두 500가구 미만 소규모 단지였다. 종로구와 중구도 9억원 이하 아파트 단지는 각각 5곳이었다.
가장 많은 곳은 동북권에 있는 노원구로, 126곳의 아파트가 9억원 이하 매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바로 옆 도봉구도 90곳으로 뒤를 이었다. 서남부에선 구로구가 89곳의 아파트에 9억원 이하 매물이 남아 있었다. 강서구, 영등포구, 양천구 등 서울 서부 지역 자치구에선 1000가구 미만 아파트가 많았다. 반면 거래가 활발하고 매물도 많아 수요층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매물이 거의 없었다.
9억 이하 아파트 거래량으로도 이 같은 노·도·강, 금·관·구 지역의 높은 매물 비중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아파트 거래 가운데 9억원 이하 비중이 많은 지역은 노원구 93.4%, 도봉구 97.2%, 강북구 98.2%였다. 이들 지역은 지난 4월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가 1월 대비 급증했다. 노원 183→266건, 도봉 94→136건, 강북 36→60건 등으로 증가했다.
구로구 아파트 거래량 역시 지난해 12월 83건에 불과했지만 지난 4월 한 달간 142건으로 60건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금천구의 아파트 거래량도 33건에서 37건으로 늘었고, 관악구는 46건에서 86건으로 두배 가까이 치솟았다. 구로구 개봉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금천, 구로 지역은 9억원 미만 매물 비중이 커서 그런지 지난해에 비해 9억원 이하 매물을 찾는 수요자 문의가 많다"며 "전셋값도 오르고 있어 향후 매매가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9억원 이하 매물 비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6일까지 신고된 2분기 서울 아파트 거래 7659건 가운데 9억원 이하는 3649건으로 전체의 47.6%로 집계됐다. 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9억원 이하 매물이 점점 줄고 있는 게 이유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6월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 올라 12주 연속 상승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지역 내에서도 집값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정부가 특례대출 수혜 가액 기준을 지금보다 더 높게 올리지 않는 한 젊은 세대의 서울 내 보금자리 마련 기회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서울 강남역 인근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박 모 씨(37세)는 큰 고민에 빠졌다. 서울 동작구에 전세를 사는 그는 지난해 5월 첫아들을 얻어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신생아 특례대출을 알아봤다. 하지만 지금 사는 지역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을 수 없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박 씨는 "9억원 이하로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아봤자 서울 외곽 지역 외엔 매물이 없다"며 "사실상 인천이나 경기도에서 출퇴근하란 얘기인데 서울 인접지역인 광명이나 과천 등도 9억원 이하 매물이 많지 않다"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월 1일 이후 출산가정 및 부부 합산 소득 등 조건이 있지만 9억원을 지원해주는 신생아 특례대출은 일반적인 가구가 가장 많은 대출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MZ세대 부부들이 신생아 특례대출을 활용해도 서울에서만큼은 내 집 장만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서울 내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물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4451만원이었다. 지난해 8월 11억3083만원에서 11월 10억3810만원으로 잠시 하락한 뒤 12월 10억4082만원으로 반등해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신생아 특례대출 기준 주택 가액보다 평균 2억원 이상 높은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시세 검색시스템과 부동산 시세 검색 포털 파인드아파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을 분석해 서울 지역 내 전용면적 59~84㎡ 아파트 중 9억원 이하 단지 수를 조사해 봤다. 그 결과 노원구가 126곳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았다. 반면 서초구, 강남구 용산구에선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물이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서초구 전무…송파·강동구는 일부
올해 1월 출시된 신생아 특례대출은 지난해 1월 1일 이후 아이를 낳은 신혼부부 가구가 주택 가액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의 집을 구매할 경우 1%대의 낮은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돈을 빌릴 수 있는 제도다.한강 벨트를 기준으로 서울 25개 자치구를 총 6개 권역으로 세분화해 신생아 특례대출의 기준인 주택 가액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살펴봤다. 조사를 구체화하기 위해 전용 59~84㎡ 아파트 가운데 거래가 잘 되는 1000가구 이상부터 500~999가구, 300~499가구, 거래가 잘 되지 않는 300가구 이하 소규모 단지 등으로 대상을 나눴다. 14일 현재 서울 서초·강남구에선 9억원 이하 매물을 보유한 아파트 단지가 한 곳도 없었다. 송파구에선 100가구 이하 아파트 4곳, 300가구 이하 아파트 1곳이 9억원 이하 매물을 갖고 있었다. 그나마 송파구 내 중심지로 분류되는 잠실동은 없었고, 외곽인 방이동, 풍납동 등에 매물이 남아 있었다. 강동구에선 300가구 미만 아파트 6곳 외엔 모두 9억원 이상 단지였다. 동작구,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 등 한강 벨트 이남 지역 5개 자치구 내에 있는 아파트 가운데 9억원 이하 아파트는 12곳에 불과했다.
한강 벨트 이북에선 용산구에 9억원 이하 아파트가 0곳이었고, 마포구 5곳, 성동구 5곳, 광진구 5곳이었다. 모두 500가구 미만 소규모 단지였다. 종로구와 중구도 9억원 이하 아파트 단지는 각각 5곳이었다.
‘노·도·강’ ‘금·관·구’ 등 서울 외곽에 대거 포진
서울 지역 내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곳은 서울 외곽지역의 상징처럼 불리는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과 금·관·구(금천, 관악, 구로구)였다.가장 많은 곳은 동북권에 있는 노원구로, 126곳의 아파트가 9억원 이하 매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바로 옆 도봉구도 90곳으로 뒤를 이었다. 서남부에선 구로구가 89곳의 아파트에 9억원 이하 매물이 남아 있었다. 강서구, 영등포구, 양천구 등 서울 서부 지역 자치구에선 1000가구 미만 아파트가 많았다. 반면 거래가 활발하고 매물도 많아 수요층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매물이 거의 없었다.
9억 이하 아파트 거래량으로도 이 같은 노·도·강, 금·관·구 지역의 높은 매물 비중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아파트 거래 가운데 9억원 이하 비중이 많은 지역은 노원구 93.4%, 도봉구 97.2%, 강북구 98.2%였다. 이들 지역은 지난 4월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가 1월 대비 급증했다. 노원 183→266건, 도봉 94→136건, 강북 36→60건 등으로 증가했다.
구로구 아파트 거래량 역시 지난해 12월 83건에 불과했지만 지난 4월 한 달간 142건으로 60건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금천구의 아파트 거래량도 33건에서 37건으로 늘었고, 관악구는 46건에서 86건으로 두배 가까이 치솟았다. 구로구 개봉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금천, 구로 지역은 9억원 미만 매물 비중이 커서 그런지 지난해에 비해 9억원 이하 매물을 찾는 수요자 문의가 많다"며 "전셋값도 오르고 있어 향후 매매가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례대출 대상 확대, 9억 이하 아파트 수요 더 늘 듯
신생아 특례대출 시행 이후 불만으로 제기됐던 부부 합산 소득 기준도 올 3분기부터 기존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완화된다. 대출 대상이 확대되면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수요 증가는 7억~8억원대 아파트 매물이 9억원대로 상승하는 등 기존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물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실제로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9억원 이하 매물 비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6일까지 신고된 2분기 서울 아파트 거래 7659건 가운데 9억원 이하는 3649건으로 전체의 47.6%로 집계됐다. 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9억원 이하 매물이 점점 줄고 있는 게 이유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6월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 올라 12주 연속 상승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지역 내에서도 집값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정부가 특례대출 수혜 가액 기준을 지금보다 더 높게 올리지 않는 한 젊은 세대의 서울 내 보금자리 마련 기회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