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자본금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과거 일곱 차례 제4이동통신이 무산된 것과 똑같은 패턴이다. 정부가 총선 등을 겨냥해 무리하게 제4이동통신사 설립을 추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금 500억원도 못 채워

제4이통 8번째 무산…정부 '졸속 추진' 논란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2월 5세대(5G) 이동통신용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 경매에서 4301억원의 최고입찰액을 제시해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으로 선정됐다. 이어 주파수를 최종적으로 할당받기 위해 주파수 할당 대가의 10%인 430억원에 대한 납부 영수증과 법인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주식납입금 보관증명서 등 필요사항 이행을 증빙하는 각종 서류를 지난달 7일 제출했다.

문제는 자본금 확보였다.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 신청서에 자본금 2050억원을 적어 냈는데 실제로는 500억원도 안 되는 금액만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기정통부는 적시된 자본금과 납입 자본금 간 차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스테이지엑스는 올해 3분기까지 납입하겠다고 답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복수의 법률 자문 결과 필요 서류 제출 시점인 5월 7일에 자본금 2050억원 납입을 완료하는 게 주파수 할당을 위한 필수 요건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구성 주주도 이상했다. 신청 당시 5% 이상 주요 주주 6곳 가운데 자본금을 일부라도 납입한 주주는 스테이지엑스의 지주회사 격인 스테이지파이브 한 곳뿐이었다. 류제명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최초 할당을 신청한 법인과 할당을 받게 된 법인이 다르면 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말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본금 2050억원의 완납 시점은 서류 제출 시점이 아니라 주파수 할당 이후”라며 “각 주주가 주파수 할당 인가 후 자본금을 출자한다는 내용이 계획서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향후 이뤄질 청문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필요한 법적·행정적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정부가 졸속 추진” 비판도

제4이동통신사 출범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통신 3사가 포기한 28㎓를 활용하고 시장 경쟁을 강화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제4이동통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9년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기간통신사업 진입 규제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했다. 주파수 경매에서 최고가 낙찰자를 할당 대상으로 선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후보자의 실질적 재정, 기술적 능력 관련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사업을 주도한 스테이지파이브는 지난해 13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류 실장은 “자본금 규모를 정부가 정한 것이 아니다”며 “사업자가 제시한 자본금 규모가 실제로 납입됐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주파수 할당 등 제도 전반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강 차관은 “신규 통신사의 시장 진입으로 경쟁을 촉진해 통신비 인하,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발전 등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선정 취소 예정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돼 매우 유감”이라며 “추가적인 주파수 경매 절차, 할당 공고 문제를 전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이주현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