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일 미국 영국 등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이 사업재편에 나선 건 10여 년 전부터다. 한국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석유화학 생산능력을 크게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들 기업은 최근 들어 범용 석유화학 시장에 중동까지 가세하자 아예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신에츠화학, 미쓰비시화학, 스미토모화학 등 일본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연 682만t으로 한국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의 증설에 대응해 2014년부터 범용제품 생산시설인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에 들어갔다. 미쓰비시화학은 2021년 범용 제품 철수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스페셜티(특수 소재) 비중을 높이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지난해 24%였던 석유화학 매출 비중을 2030년 10%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와 헬스케어 등 신사업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세계 1위 석유화학 업체인 바스프도 마찬가지다. 기초소재 매출 비중을 2005년 42%에서 2022년 17%로 끌어내렸다. 바스프는 범용 제품 비중을 더 줄이는 대신 양극재 시장 진출 등 신사업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미국 다우케미칼과 이네오스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스페셜티 사업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도 하루빨리 사업재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규/오현우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