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보궐선거의 당선무효 결정은 유효하다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이 나오면서 금융노조가 다음주 위원장 보궐선거 재선거를 치를 전망이다. 금융노조와 같은 대형 산별노조의 위원장을 뽑는 선거에서 위원장 임기 중 당선 무효 결정이 난 것은 이례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재판장 김상훈)는 14일 윤석구 금융노조 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이 금융노조를 대상으로 신청한 ‘당선무효결정 효력 정지 및 재선거 실시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윤 위원장은 선거권이 있는 하나은행 지부 분회장들에게 공직선거법에서 허용된 가액을 넘는 경품을 제공했다”며 “노조 대표자가 노조·사용자의 예산을 이용해 선거 기간에 기부행위를 한다면 정책과 강령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노조의 예산 사용 등에 따라 선거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3월 박홍배 전 위원장이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하면서 4월 보궐선거를 치렀다. 선거 결과 윤 위원장은 득표율 51.8%로 위원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금융노조 선거관리위원회는 윤 위원장이 선거 운동 기간에 하나은행지부 교육 참가자들에게 △300만원 상당의 경품 제공 △무료 숙식 제공 △비타민 선물 지급 등을 이유로 지난달 당선무효 결정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윤 위원장은 법원에 당선무효 결정의 효력을 정지하고 재선거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선거관리위의 판단이 유효하다고 결정했다. 윤 위원장은 “경품은 선거와 무관하게 하나은행지부가 통상 제공해온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선거에 실제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 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위원장이 당선무효 결정에 대해 본안 소송을 낼 수 있지만, 결론이 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위원장 직무 수행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당선무효 결정 이후에도 금융노조 사무실을 점유하고 위원장 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는 당초 공지한 대로 17~19일 위원장 보궐선거 재선거를 치른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단독으로 입후보했다. 재적 인원 과반이 투표하고 과반이 찬성하면 당선된다.

곽용희/민경진 기자 kyh@hankyung.com